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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코로나19로 드러난 미국 의료체제의 허점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20/03/24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20/03/24 11:33

국가 전체 마비 가능성 경험

재발 방지 위한 대책 세워야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 120개국으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4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자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전염병 확산 최고 위험 등급인 팬데믹(Pandemic)을 발령했다. 3월 23일 오전 현재 192개국으로 퍼졌고 사망자는 1주일 전의 두 배가 넘는 1만5000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미국의 경우 확진자 발생이 50개 주로 확대되었으며 사망자가 이미 450여 명이다. 이 추세라면 한동안 2~3일마다 미국의 사망자 수가 두 배로 증가할까 두렵다.학교, 식당 및 많은 비즈니스는 문을 닫았고, 심지어 개인병원도 응급 진료를 제외하고는 거의 닫은 상태다. 계속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며, 미국도 이탈리아처럼 국가 전체가 마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 및 사회문제는 지금으로써는 가늠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정말 글로벌 시대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중국의 한 도시에서 발생한 문제가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진 것이다. 이제는 이 지구 반대편 문제를 더는 ‘남의 동네 문제’로만 볼 수 없게 된 세상이 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는 메커니즘은 분자생물학 레벨에서 규명되어야 할 정도로 복잡하여 지속적인 연구대상이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것을 종합하면 바이러스는 콧물 등 호흡기 분비물로서 전파되며, 특히 몸에 묻어 있던 바이러스가 눈·코·입을 만질 때 점막을 통해 침투, 감염된다는 점이다. 잠복 기간은 2~14일로 보지만 증상이 없거나 경미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에게 전염될 수 있다.

갑자기 ‘패닉’으로 동요된 미국을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되었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과 의학을 자랑해 온 이 나라에서 왜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나?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나?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좀 더 체계적인 대책으로 이런 상황까지 오게 하지 않을 수는 없었던 걸까?

이번 팬데믹이야말로 미국 의료제도의 여러 문제점을 되짚어 보는 기회였던 것 같다. 물론 지금 이 시각은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더욱 시급하지 과거를 운운할 때가 아니라는 말도 맞다. 그러나 ‘불부터 끄고 보자’라는 생각으로 이 중대한 문제를 나중으로 미루어서도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대책을 세워야 이러한 사태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빠질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여 철저하고 스마트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번 팬데믹 사태 교훈 삼아

의료 시스템 개선 필요

해야 할 일은 명백하다. 바이러스의 확산속도를 늦추고, 신속히 백신 및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최대한의 보건의학을 통한 예방조치, 의심환자 분리 및 선별검사가 선행되고, 필요한 환자에게는 최선의 치료가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은 준비된 시스템 아래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이제까지의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의 문제점들을 생각해 보자. 첫째, 정부 및 보건 당국에서는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위험요인 및 증세가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선별 검사를 시행하여, 감염 초기에 확진자를 신속히 구분, 분리해 확산의 범위를 줄여야 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진단키트의 생산이 늦어졌을 뿐 아니라, 진단키트의 승인에도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진단키트가 부족해 아직도 대학병원에서조차 의심환자들을 다 수용할 수 없는 상태이다. 관리하고 규제하는 모든 기관의 기민한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실행되고 있지 않는다는 점은 보건 당국의 구조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둘째, 이렇게 진단과정에서뿐만 아니라, 의심환자들을 치료하고 유치할 수 있는 병원 및 필요한 의료자원 공급 차원에서도 미국은 다른 나라들보다 크게 뒤떨어진 실정이다. 한창 2020 선거 캠페인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미국의 국민의료보험제도에 대한 토론과 맞물려, 코로나19가 의심되어도 병원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을 것이고, 또 이로 인해 차후 발생하는 합병증 및 제반 문제들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미국과 대조적인 예로 타이완을 들 수 있다. 중국과 접촉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타이완은 이번 코로나 사태 기간 중 테스트 외에도 개개인의 디지털 의료파일에 여행 기록이 통합될 수 있게 되어 있어, 위험요인의 대상들을 철저히 추적함으로, 확산을 조기에 막을 수 있었다.

의료 불평등 해소 지원 필요

장기전 대비 위생수칙 준수

이렇게 보건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직결되다 보니,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더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 걱정된다. 질병의 예방과 치료는 사회·경제적 지위를 따라가기 마련이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조건의 사회·경제적 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므로, 각자 환경의 차이에 따라 심각한 의료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 즉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에 저개발국 국민과 사회 저소득층이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이 문제이다. 사회·경제 및 환경적 요인을 생각해볼 때,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클 곳은 여러모로 낙후되고 제도적 지원이 부족한 아프리카다. 현재 이집트의 경우 사망자가 14명인데, 더는 확산하지 않도록 WHO는 신속히 대책을 세우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감염 질환으로 이와 유사한 사태가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 중국의 사스(SARS), 2015년 한국의 메르스(MERS)의 경우에는 더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 2009년 신종플루(H1N1) 사태 때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적이 있었으며 큰 피해를 보았다. 물론 코로나19는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이며 더 많은 감염자가 발생하고 따라서 더 오래 갈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바이러스의 변종문제에도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협력하면 이 고비도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증세가 있거나, 확진자로 의심되는 사람과 접촉이 있었다면 주저하지 말고 검사를 받자. 이럴 때일수록 침착한 마음으로 철저히 위생수칙을 준수하고, 가능한 외출을 자제하자. ‘돌다리도 두들겨 보며 건너라’는 말이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돌다리마저도 건너지 않는 게 가장 좋겠다. 오히려 이러한 위기를 통해 지금까지 누려왔던 건강하고 평탄한 생활에 대해 감사할 수 있는 그런 귀한 시간이 된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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