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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세 최고령 완치 할머니 "행복했던 삶, 그 의지가 날 살렸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3/26 03:14

25일 코로나 완치 판정 받은 97세 할머니
아들 "어머니처럼 삶의 끈 놓지 말아야"
할머니, 청도 주간보호센터 사람들과
아들 다시 만날 생각에 12일만에 완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최고령 완치자인 황영주(97) 할머니(가운데)가 아들, 청도군 관계자와 마스크를 쓴 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 청도군]





97세 할머니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가 12일만에 완치됐다. 주인공은 경북 청도군의 황영주 할머니다. 황 할머니는 아들 홍효원(73)씨를 통해 "원래의 행복했던 삶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의지가 날 살렸다"고 소감을 전했다. 황 할머니는 26일 현재 국내 최고령 완치자다. 그전까지는 93세가 최고령이었다.

아들 홍씨는 2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머니가 완치됐다는 연락을 받고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며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가 '이 병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삶의 동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황씨 모자는 경북 청도군 각남면에 산다. 할머니는 지난 13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평소 다니던 집 근처 효자손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 센터에 다니는 노인 1명이 황 할머니보다 먼저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아들은 "어머니가 평소 노인주간보호센터를 다니는 걸 너무 즐거워하고 행복해했다. 센터 사람들도 어머니를 친엄마처럼 대했다. 거기서 감염이 돼서 센터장과 내가 전화기를 부여잡고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황 할머니는 확진 직후 미열만 있었고 다른 증세가 없었다. 할머니는 약간의 치매기가 있었다. 노인장기요양 4등급을 받았다. 그 외는 별다른 질환 없이 건강한 편이었다. 그렇지만 경상북도는 초고령을 고려해 황씨를 포항의료원에 입원시켰다.

아들은 "내가 밀접접촉자여서 어머니 간병을 못 했다. 매일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했다. 다행히 아들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집을 떠난 어머니는 포항의료원의 음압병실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삶의 의지를 잃은 듯했다. 식사를 제때 하지 못하고 아들 전화도 잘 받지 않았다. 아들은 어머니에게 전화로 간청했다. "노인보호센터 직원들이 매일 울면서 어머니 걱정을 한다. 다시 센터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고 싶지 않으냐. 쾌차해서 아들과도 행복하게 살자"고.

황 할머니는 그 후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25일 완치 판정을 받았다. 지금은 청도군의 자가관리를 받고 있다.

아들 홍씨는 과거에 위암을 앓아서 위의 75%를 잘라냈다. 할머니는 음압병상에서도 아들을 걱정했다고 한다. 아들도 홀로 병마와 싸울 어머니 생각에 힘든 나날을 보냈다. 코로나는 모자에게 큰 고통을 안겼다.

아들은 "국민 모두 무서운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다. 연세가 높다고, 지병이 있다고 삶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족, 친구가 있는 행복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을 그리며 다들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모자는 부산에서 살다가 2002년 청도로 왔다. 연고가 전혀 없다. 아들 홍씨가 위암 수술을 받고 나서 공기 좋은 곳을 찾았는데, 그곳이 청도였다. 아들 홍씨는 "앞으로 어머니에게 효도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황 할머니는 코로나 최고령 극복 기록을 깼다. 그동안 지난 21일 완치된 경북 경산의 93세 할머니가 코로나를 이긴 최고령 노인이었다. 이 할머니는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경산 참좋은노인요양원 공동생활가정의 입소자로 코로나19 확진 판정 후 13일간 집중 치료를 받은 끝에 완치돼 귀가했다.


청도=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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