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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암초' 만난 재외선거…무산 속출·투표율↓우려

[연합뉴스] 기사입력 2020/03/28 16:10

입국·이동 제한에 미·亞·남미 '한표 행사' 어려움 커져
'초비상' 유럽은 伊·영·독·프 등 투표 자체 무산 잇따라
일본 코로나19 경계 속 투표 예정…"투표율 20%선에 머물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4·15 총선의 재외국민 투표에 비상이 걸렸다.

재외 선거는 내달 1∼6일로 잡혔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각국의 이동제한 조치가 확대되면서 물리적으로 투표가 힘든 지역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119개국에서 재외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불가능한 지역만 이탈리아를 비롯해 독일, 스페인, 영국 등 17개국에 달했으며 코로나19 상황 악화에 따라 더 늘 수도 있다. 재외 선거 투표 기간을 단축하는 지역도 늘고 있다.

재외국민 투표제도 도입 후 첫 총선인 19대(2012년)에 12만여명에 불과하던 등록 유권자가 20대(2016년)에는 15만여명, 이번 총선에는 17만여명으로 점점 늘면서 재외국민의 참정권 행사 통로로 자리를 잡아가던 재외 선거가 코로나19라는 '암초'를 만난 셈이다.

더구나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이 만연하면서 투표율이 매우 저조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섞인 분석도 나온다.

투표율이 지난 2012년 45.7%, 2016년 41.4% 등 40%대를 보였으나 이번에는 훨씬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중국, 우한 제외 투표 가능…입국 제한에 투표 애로

아시아의 경우 코로나19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은 지난 16일 재외 선거 사무가 중지돼 유권자들이 투표를 할 수 없게 됐다. 내달 8일 우한 지역 봉쇄를 풀기 전까지는 이동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우한을 제외한 나머지 중국 지역은 2만여명이 유권자가 해당 지역의 총영사관을 통해 재외 선거 투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유학하던 학생들이 한국에 들어간 뒤 중국의 입국 규제로 나오지 못하는 데다 한국에 잠시 체류 중인 교민마저 28일부터 외국인의 중국 입국 금지로 중국에서 소중한 표를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중국 주재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베이징에만 한국 유학생 800명가량이 국외 부재자 신고를 했는데 입국 제한으로 중국에 들어오지 못하는 등 이번 투표에 지장이 많다"면서 "이동이 제한되다 보니 투표율 저조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재외국민 투표 대상 국가 가운데 미국(4만562명) 다음으로 많은 2만1천957명이 이번 총선 유권자로 등록해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할 예정이다.

일본 현지에서도 코로나19 여파로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어 이번 총선 재외 선거 투표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일한국대사관 측은 "이메일과 전화 등으로 등록 유권자 전원에게 투표 안내를 했다"면서 일본 지역의 투표율이 20% 선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필리핀은 한국 교민이 많이 거주하는 메트로 마닐라 문틴루파시에 24시간 통행금지령이 내려져 마닐라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에서 진행하려던 재외국민 투표가 무산됐다.

베트남에서는 추가 투표소 3곳을 설치하려던 계획이 취소됐다.

20명 이상 모이는 행사를 하지 말라는 베트남 정부 방침에 따라 하노이에 있는 한국대사관과 호찌민에 있는 한국총영사관에서만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호찌민에서는 셔틀버스 운행도 하지 않기로 해 투표율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라오스에서는 수도 비엔티안에 있는 한국대사관에서 투표를 진행하되 한국-라오스 직항 노선 운항이 재개되지 않으면 공관 개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주인도네시아 재외선관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정상적으로 투표소를 운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투표 기간을 엿새가 아닌 사흘로 단축했다.

전국봉쇄령이 발동된 인도에서는 뉴델리, 첸나이, 뭄바이 세 곳에서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뭄바이는 취소됐다.

봉쇄령이 내려진 네팔에서도 이번 재외 선거는 실시되지 않는다.

◇ 미국 재외선거 강행 의지에도 투표율 급락 불가피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규모가 중국을 훨씬 넘어선 미국의 재외국민 투표 상황은 좀 복잡하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미국 동부권도 투표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뉴욕총영사관 관할 뉴욕·뉴저지·펜실베이니아·코네티컷·델라웨어 5개 주(州) 재외 선거 신고·신청인은 7천500명에 달한다.

재외 선거 투표로서는 작지 않은 규모이지만, 뉴욕 일대가 미국 내 '코로나19 진앙'으로 급부상하면서 순조로운 투표 자체가 어려워졌다.

맨해튼 미드타운의 뉴욕총영사관에 공관 투표소가 개설해 사흘간만 운영된다.

뉴저지 한인회관, 필라델피아 서재필의료원에도 추가투표소를 마련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운영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됐다.

총영사관 측은 투표소 내 소독 및 발열 체크를 진행해 코로나19 방역에 최선으로 한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투표율은 극히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주와 뉴저지주 일대에서 극도로 이동이 제한되고 있는 데다, 당장 뉴욕총영사관이 입주한 건물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나오면서 건물 자체를 폐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교민 사회에서도 '소중한 참정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과 '아쉽지만 현실적으로 취소할 수밖에 없다'는 반론이 엇갈리고 있다.

뉴욕 퀸스의 한 교민은 "한국인으로서는 당연히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해야겠지만 다른 나라의 선거를 치르겠다고 맨해튼 도심의 투표소를 드나드는 모습이 미국인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총영사관 측도 선거 진행이 어렵다면서 선거사무 중지를 건의했지만, 중앙선관위는 일단 선거 진행을 결정한 상태다.

미국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로스앤젤레스(LA) 지역의 재외국민 투표는 예정대로 실시되지만, 코로나19 이동제한령으로 인해 투표율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투표소는 LA 총영사관과 오렌지카운티 한인회관, 샌디에이고 카운티 한인회관 등 3곳에 예정대로 설치되며 투표 시간 단축 조치도 내려지지 않았다.

LA지역의 한 주재원은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긴 해야 하는데 투표장에 갈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네바다와 뉴멕시코, 애리조나의 유권자들은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3곳의 투표소를 직접 방문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 유럽 코로나19 급속한 확산에 투표 자체 무산 속출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장 심한 유럽은 재외 선거 참여가 힘든 곳이 많아졌다.

유럽 내 가장 많은 4만명의 한인이 거주하는 영국에서는 중앙선관위의 재외국민 투표 중지 결정으로 이번 총선에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당초 영국 주재 한국대사관은 대사관 건물에 투표소를 차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영국 정부가 지난 23일부터 필수적인 경우 외에는 이동을 제한하면서 변수가 발생했다.

결국 선관위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다른 유럽국가와 함께 영국의 재외국민 투표 중지를 결정했다.

독일 또한 재외국민 투표가 중단됐다.

주독 한국대사관은 "독일 정부에서도 감염 가능성, 이동제한 조치 준수 필요성을 들어 우리 대사관에 투표실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교민사회는 참정권 상실에 상당히 반발하고 있다. 투표를 위한 방안을 강구해달라는 목소리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잇따르고 있다.

집단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독일의 한 교민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번 총선에 투표를 못 하게 된 재외국민과 국외 부재자도 한국의 코로나19 격리 대상자와 같이 거소 투표를 허용해달라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 중남미도 격리·통행 제한 확대에 투표 어려워져

중남미에서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통제 강화로 한 표를 행사하기 힘들어졌다.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온두라스에서는 현지 통행제한령 등으로 재외선거가 무산됐다.

칠레는 지난 26일부터 7일간 수도 산티아고 일부 지역에 이동제한령이 내려졌다. 한인들의 거주지 대부분이 통행 제한에 묶여 투표소까지 이동할 수 없는 상황이다.

페루도 당초 30일까지였던 비상사태를 내달 12일까지로 연장하기로 함에 따라 유권자들의 외출이 불가능해졌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격리 기간이 31일까지로 돼 있어 일단 기간을 단축해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격리가 연장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주아르헨티나 한국대사관 측은 "격리가 풀린다고 해도 투표율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교민 최모(37) 씨는 "아침에 투표소 문 열자마자 택시 타고 가서 투표만 하고 얼른 올 생각"이라며 "그래도 투표를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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