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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손녀의 성장통

정현숙 / LA
정현숙 / LA 

[LA중앙일보] 발행 2020/03/30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20/03/28 22:00

조용히 누워있던 강아지가 후다닥 뛰어 나가는 소리는 아이들이 돌아왔다는 신호다. 현관문이 열리고 강아지와 재회하는 아이들 소리를 들으면 이산가족 상봉 저리가라다. 항상 제일 먼저 뛰어 들어오는 11살 막내 손녀는 끌어안고 뽀뽀하고 난리다. 그 뒤 오빠, 언니가 차례로 들어오며 강아지와 재회한다.

그런데 오늘을 막내가 제일 나중에 들어오는데 거의 울상이다. 잘 걷지도 못하고 강아지를 안아주지도 않는다. “다쳤니? 넘어졌어?” 나의 다그치는 물음에 아니라며 그냥 절뚝거리며 방으로 들어간다. 학교에서 갑자기 무릎이 너무 아파서 걷지도 못했다고 한다.

갑자기 50년 전 장면이 떠올랐다. 첫 딸이 세살 때였다. 내가 퇴근하고 들어가면 ‘엄마!’하며 늘 달려들던 딸이 방에 앉아서 쳐다보기만 한다. 아기 보아주는 언니가 오늘을 일어나려 하지 않고 앉아만 있었다고 한다. 너무 놀라 일으켜 세우니 그냥 스르르 주저앉는다. 예방주사는 철저히 맞았는데 웬일? 불길한 예감과 함께 가슴이 마구 뛰었다. 소아과에 갔더니 의사는 갑자기 많이 걷거나 뛰면 그럴 수 있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막내 손녀는 다음날 학교를 쉬고 병원에 갔다. 얼마 후 손녀는 무릎부터 발목까지 보호대를 차고 목발을 끼고 돌아왔다. 이유를 물으니 성장통이라고 한다. 요즘 갑자기 키가 커서 참 잘 자란다 했는데 무리해서 컸나 보다. 의사는 4주간 착용하라고 했다. 여러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별 일도 다 있다고 생각했다.

손녀는 식구들의 관심과 시선이 모두 자기에게 있어서인지 학교를 오갈 때 모습을 보니 의기양양하다. 예전에는 목발이었는데 지금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있다. 한참 동안 손녀의 발노릇을 해 줄 목발 아닌 알루미늄발을 만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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