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Los Angeles

70.0°

2020.10.01(Thu)

[풍향계] 치솟는 담배 세금

  • 글꼴 확대하기
  • 글꼴 축소하기

[LA중앙일보] 발행 2009/04/02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09/04/01 19:47

이종호/편집2팀장

원래 신대륙에서만 재배되던 담배는 15세기 콜럼버스 발견 이후 세계 각지로 퍼졌다. 그리고 조선에는 400년 전 쯤 임진왜란을 전후하여 일본으로부터 전해져 들어갔다.

전래 초기 담배는 독보다는 약으로 여겨졌던 것 같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연초는 맵고 열이 있어 한독과 풍습을 몰아내며 살충 효과가 있다. 또 냉한 음식에 체한 데에도 신효하다"고 나와 있다.

열렬한 애연가였던 정조(1752~1800)도 담배의 효용을 다음과 같이 예찬했다. "화기(火氣)로 한담(寒痰)을 공격하니 가슴에 막혔던 것이 저절로 없어졌고 연기의 진액이 폐장을 윤택하게 하여 밤잠을 안온하게 잘 수 있었다. 쓰임에 유용하고 사람에게 유익한 것으로 말하자면 차나 술보다 낫다."

중국의 대석학이었던 임어당(林語堂)은 더 노골적이다. "담배를 모르는 사람은 항상 이성이 감정을 지배하고 있는 부류여서 도무지 매력이 없다. 금연자는 인류 최대 쾌락의 하나를 잃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애연가들에겐 하나같이 위안에 되고 신이 나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 하긴 현대에도 담배는 여전히 멋과 낭만의 표상이다.

시가를 물고 있지 않은 처칠이나 파이프를 들지 않은 맥아더 장군의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씹어 삼킬 듯 담배 개피를 입에 문 클린트 이스트우드나 제임스 딘 혹은 말론 블란도의 시니컬한 모습은 영화 속이긴 했지만 또 얼마나 매력적이었던가. 밤하늘의 별과 함께 내뿜던 담배 연기 속에 명멸하던 친구의 고뇌 어린 표정 또한 나는 잊지 못한다.

그렇지만 승부는 이미 끝났다. 세상은 변했고 흡연자는 공공의 적이 됐다. 아무리 담배의 효용과 장점을 주장해도 과학의 이름으로 까발려진 해악과 폐해 앞에 더 이상 설자리를 잃고 만 것이다.

일찍이 담배 예찬론이 난무하던 시절에도 실학자 이익(1681~1763)은 이렇게 썼다.

"담배는 안으로 정신을 해하고 밖으로는 귀와 눈을 해치고 머리칼이 희어지고 얼굴이 창백해지며 이가 빠지고 살이 깎이고 사람을 노쇠하게 한다. 더 해로운 것은 냄새가 배어 신과 사귈 수 없고 재물을 소모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다."

섬뜩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담배를 태운다. 계속 사용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경고에도 끽연의 습관을 차마 떨치지 못한다. 그런 걸 보면 흡연자는 모두 타고난 낙천가들이거나 대단한 강심장의 소유자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아니면 한 대의 유혹을 끝내 떨치지 못하는 나약한 의지의 소유자이든가.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경험해 보지 않았기에 담배의 효용도 낭만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애연가들 앞에서 담배를 논하는 것이 면구스럽다. 다만 어제(4월1일)부터 또 담배 세금이 올랐다고 하니 그 참에 몇 자 적어 보는 것이다.

자그마치 한 갑에 62센트씩이다. 애연가를 견딜 수 없게 하는 것은 어떠한 괄시나 천대 모멸도 아니라고 한다. 물론 건강에 대한 위협도 아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늘어나는 경제적 부담 앞에서는 주춤하게 마련이다. 안 그래도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판에 값마저 또 오르게 생겼으니 이래저래 애연가들의 속은 더 검게 탈 성 싶다.

골동품에 집착하는 사람을 흉보는 말로 완물상지(玩物喪志)라는 말이 있다. 쓸데없는 물건이나 놀이에 빠져 소중한 본심을 잃어버리는 것을 뜻한다. 담배도 마찬가지다. 너무 좋아한 나머지 시간과 돈과 건강을 해치게 된다면 그 또한 완물상지가 될 터.

값도 오르는 이 마당에 다시 한 번 뚝 담배 끊기에 도전해 봄이 어떨까 싶다.

오늘의 핫이슈

PlusNews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