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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셰일업계 올 게 왔다, 저유가 못 버틴 업체 첫 파산 신청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4/02 08:16

화이팅 페트롤리엄 2.7조 빚더미
급여 30%삭감 옥시덴탈도 위기

줄도산 번지면 금융시장에 불똥
트럼프, 엑손 CEO 등과 지원 논의

미국 셰일업계에서 올해 첫 파산 사례가 나왔다. 국제유가가 장중 배럴 당 20달러 선이 깨질 정도로 급락하자, 빚더미에 짓눌린 셰일업계에서 고름이 터진 셈이다. 1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셰일가스를 채굴·생산하는 화이팅 페트롤리엄(Whiting Petroleum)은 경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이 회사는 채권자들과 22억 달러(약 2조7194억원) 규모의 부채를 탕감해주는 대신 자산 대부분을 양도하는 데 합의했다. 미국의 파산보호신청(파산법 제11장)은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이 구조조정을 비롯해 채무 상환이 일시적 연기 등 회생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우리나라의 법정관리와 비슷하다.




화이팅페트롤리엄 주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미국 노스다코타 바켄 지역에서 가장 큰 셰일업체인 화이팅 페트롤리엄의 주가는 연초 8달러에서 석 달 만에 37센트(1일 기준)로 급락했다. 1년 전(30달러)과 비교해서는 100분의 1토막이 났다. 전성기(2014년 9월)인 6년 전만해도 주가가 350달러에 달했던 잘나가는 회사였다. 2015년 국제유가가 배럴 당 30~40달러로 폭락하며 한번 휘청이기 시작하더니 올해 18년 만에 최저 유가에 직격탄을 맞고 쓰러졌다.

다른 곳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미국 최대 석유회사 중 하나인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은 최근 직원의 급여를 최대 30% 삭감한 데 이어, 핵심 경영진인 오스카 브라운 수석부사장을 내보냈다. 브라운 수석부사장은 지난해 380억 달러(약 47조원)를 들여 동종 업체인 아나다코를 인수했지만, 결과적으로 재무구조를 취약하게 만들어 옥시덴탈을 최대 위기에 빠뜨렸단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 셰일업계는 지난 5년간 국제유가가 배럴 당 50달러 이상으로 유지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생산원가의 한계를 딛고 꾸준히 성장해왔다. 셰일오일 채굴 원가는 기술 발달로 현재 32~57달러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30달러 미만의 국제유가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배럴당 유가가 33달러까지 떨어졌던 2016년 상반기에 실제로 수십 곳의 미국 셰일 에너지 업체가 부도를 내고 문을 닫았다. 미즈호증권은 올해 미국 내 원유 생산업체 6000곳 중 70%가 파산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문제는 셰일산업의 붕괴가 특정 산업의 위기로 끝나지 않고 미 금융시장 전반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현재 셰일 관련 에너지 기업은 미국 정크(투기 등급) 본드의 15%를 차지할 정도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4년 사이 만기가 돌아오는 북미 지역 에너지 기업의 부채는 총 860억 달러(약 107조원)에 이른다. 셰일업체들의 연쇄 파산은 이들에게 투자한 주요 은행의 부도 위기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다급해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엑손모빌·셰브런·옥시덴털·콘티넨털 리소스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석유 업계를 위한 정부 지원 방안을 논의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석유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존스법의 일시 해제도 고려되고 있다. 1920년 제정된 존스법은 미국 내 항구간 이동 시 오로지 미국 선박만을 이용하도록 강제하는 규제로, 이 법이 일시 해제되면 미국산 원유 수송은 좀 더 유연해진다. 특히 미 동부 연안에서 생산된 원유를 저가 사우디산 원유가 밀려드는 워싱턴주 같은 서부 지역으로 신속하게 더 많이 운송할 수 있어 미국 석유업체들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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