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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코로나 사태가 던져준 숙제

“왜 모자들을 쓰지 않았지요?” 6피트 정도 떨어져 앞에 서 있던 내 나이 또래의 할머니가 돌아서며 말을 붙인다. 모자를 쓴 할머니는 마스크에 핑크색 비닐 장갑도 끼고 있다. 마스크 하는 것은 권장해도 모자는 쓸 필요 없다고 대답했더니, 할머니는 미장원의 영업을 하지 않아 여자들은 당연히 어수선한 머리를 가리기 위해서 모자를 쓸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모자를 쓰든, 머리 자르는 방법을 개발해 스스로 정리하든, 외모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자가 격리 때문에 생긴 뉴 노멀이다. 자신이 어떻게 보일까 하는 것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코로나가 가져다 준 세태이기도 하다.

어제 아침 7시 시니어 시간에 맞춰 동네마켓에 갔을 때의 일이다. 도착해 보니 이미 18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들어가 쇼핑할 수 있는 사람 숫자는 적절한 사회적 거리를 두고 쇼핑할 수 있게끔 마켓에서 결정해 그들 방침대로 운영하는 모양이다. 처음에 7명만 입장을 시켰고 나는 세번째 팀에 끼어 들어 갈 수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삶의 우선순위와 진정한 의미를 재고하게 한다. 아마 우리들의 행동 과학(Behavioral Science) 표준도 변하게 될 것이다. 외출을 줄이고 집에서 원거리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직장인들은 그나마 행운이다. 그럴 수 없는 비즈니스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는 것을 자제하고 식품 쇼핑도 최소한 줄이는 것은 마땅하다. 나도 그동안 쌓아 두었던 식품들을 먹으면서 지내고 있다. 조금도 아쉽지 않다. 그래도 야채는 어쩔 수 없이 구입해야 한다.

이미 전 세계 확진자 수가 100만 명에 이르렀다. 무증상 감염자와 감염 여부 테스트를 받지 않은 인구를 감안할 때 감염자는 100만 이상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생긴 뉴 노멀인 ‘사회적 거리두기’는 치료제가 없는 이 전염병이 퍼지는 것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다.



원격으로 학교생활 대신 학과목을 수강하고 비즈니스와 그외 활동도 직접 대면하지 않고 이뤄지고 있다.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원격 소통으로 흔히 스카이프(Skype)와 줌(Zoom)이 쓰인다. 코로나 사태를 전후해 스카이프는 하루에 약 74% 증가한 4000만 명이, 줌은 20배가 뛴 2억 명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원거리로 비즈니스가 운영되고 있다 해도 미국인들의 실업 상황은 역사상 최악이다. 노동청은 지난달 28일자로 실업자 수당 신청이 330만에서 660만 건으로 뛰었다고 발표했다. 현재는 1000만명을 넘어섰다.

우리 모두는 어려운 상황에 있다. 이때를 기회 삼아 삶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이나 방법은 없을까 생각해 본다. 정답은 없다. 그래서 나는 밀린 숙제를 하려 한다. 나의 숙제는 반세기 동안 의사생활로 바빠 뒤로 밀어 놓아 쌓여 있는 과거를 들여다 보고 버려 주는 일이다. 누구에게나 하지 못한 숙제는 있을 것이다. 숙제를 끝내고 나면 홀가분해질 것이다.

또 가족들은 계획하지도 않았고 여행을 떠날 수도 없는 휴가 아닌 휴가를 맞고 있다. 이 기회에 서로 시간을 나누면서 밀렸던 대화도 하고, 요리나 청소도 함께 하면서 생산적이고 보람있는 시간을 가진다면 좋은 휴가가 될 것이다. 만약 풀지 못한 숙제, 그 문제가 가족간의 불화나 불통이었다면 이번에 대화로 풀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


모니카 류 / 암방사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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