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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총을 당기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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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09/04/09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09/04/08 20:58

안유회/문화부 데스크

또 총이다. 지난 7일 저녁 테미큘라 '꽃동네 피정의 집'에서 70대 한인 남성이 권총을 난사했다. 1명이 죽었다. 부상자 3명 가운데 2명은 중태다.

최근 들어 경제난으로 총기 난사 사건이 부쩍 늘었다. 일상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낳을 정도다. 지난 달에만 실직 등을 비관한 이들의 총기 난사로 전국에서 4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꽃동네 난사 사건은 충격적이다. 종교 시설이라는 점에서 더욱 비극적이고 이웃 간의 불화가 원인이라니 더욱 안타깝다.

게다가 이 참극은 지난 4일 발생한 베트남계 지벌리 웡의 총기 난사 사건과 시기적으로 너무 맞닿아 있다. '아시안은 총기 난사와는 거리가 멀다'라는 인식은 조승희의 버지니아 공대 참극으로 이미 깨졌다. 거기다 지벌리 웡 사건에 이어 꽃동네 사건까지 겹쳤다.

미국인들이 갖고 있는 총기는 2008년 후반을 기준으로 2억~2억5000만 정으로 집계된다. 최근엔 경기가 좋지 않은 불안감에 총기 구입이 늘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총기 소지를 금지할 것이란 소문에 또 늘었다.

한인들의 총기 보유 현황은 정확한 집계가 없지만 LA폭동을 겪은 뒤로 급격히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폭도들이 평생을 일군 재산을 약탈하고 방화하는데 경찰은 나타나지 않았다. '나와 내 재산을 지킬 사람은 나 밖에 없다'는 생각이 왜 들지 않겠는가. 더구나 미국에서는 총기 소유가 자유 아닌가. 모르긴 몰라도 '사람들이 이래서 총을 사는구나'라는 생각을 뼈저리게 곱씹은 한인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총기 소유를 허용한 수정헌법 제2조를 만든 당시의 근거도 이와 비슷하다. 제2조는 이렇게 쓰여있다. "규율이 잘 잡힌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state)의 안전에 필요하기 때문에 무기를 보유할 국민의 권리는 침해받지 않는다." 이 조항을 만든 당시의 근거는 '누구에게는 무기를 갖도록 허용하고 누구에게는 허용하지 않는 것은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방어용으로 산 총을 방어용으로 사용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주로 질투 때문에 분을 참지 못해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데 사용했다. 방아쇠를 당긴 대상도 생면부지의 침입자가 아니라 가족이나 이웃이 많다.

총기 사건이 나면 범인의 정신병력부터 찾는다. 총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는 주장의 근거가 된다. 조승희도 그랬고 지벌리 웡도 그랬다. 꽃동네 참극도 범인의 괴팍한 성격이 거론된다.

하지만 우울하다고 영어를 못해 놀림을 당했다고 실직했다고 성격이 괴팍하다고 모두 총을 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있으면 쓰게 된다'. 견물생심은 이런 경우에도 해당된다. 총이 있으면 쏘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마음이 생기면 언제든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총이 문제냐 총을 쏜 손가락이 문제냐는 현실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는 토론이다. 총의 소유를 원천 봉쇄하는 일이 미국에서 일어날까? 가능성 제로에 가깝다. 대통령이 총격에 쓰러져도 '총의 자유'를 포기하지 않은 나라다.

사건이 날 때마다 경비가 허술하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그도 비현실적이다. 한 도둑을 열 사람이 못막는다. 그것도 작정하고 총을 든 사람을. 또 그 비용을 감당할 곳이 얼마나 될까.

불행하게도 남은 대비책은 손가락이다. 손가락을 움직이는 마음이다. 가장 비현실적이고 불확실한 대책이 현실적으로 거의 유일하게 남은 선택이다.

이런 생각이 든다. '혹시 우리 무너지고 있는가?'

앞으로 어려운 일이 더 많이 생길 수도 있다. 무너지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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