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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우리말, 우리가 반드시 알고 전해야 할 나라의 혼과 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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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중앙일보] 입력 2020/04/20 09:55

‘순우리말 사전’ 집필한 문학박사 최상윤 교수, 달라스에서 만나다

말과 글 속에는 혼과 얼이 담겨 있다. 특히 순우리말은 우리 민족만이 지녀온 고유한 삶의 모습과 정서 등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신비한 힘을 지닌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 외래어와 합성어가 만연하고, 특정 세대, 집단 등이 구사하는 정체를 구분 짓기 힘든 말들이 난무하는 시대 속에 살아가고 있다.

순우리말에 대한 소중함이 점차 잊혀져 가는 요즘, 오롯이 순우리말을 찾아내고 후대에 올바르게 전승하고자 소설가로서의 자신의 꿈을 포기한 채, 최선을 다해 ‘순우리말사전’을 출판한 최상윤 문학 박사의 헌신적 공로는 감동을 넘어 잔잔한 가슴의 울림을 가져온다.

최상윤 박사는 부산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24년간 재직했고 부산문인협회장과 부산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등을 역임하고 계간 ‘예술문화비평’ 발행인 겸 편집인지자 한국예술문화비평가협회장을 맡고 있다.
4년전 달라스 한인문학회의 초청으로 달라스를 방문, ‘현대인의 삶과 산문정신, 그리고 언어철학’이란 주제로 강의를 펼친 바 있다. 2020년 다시 달라스를 방문한 최상윤 박사를 텍사스 중앙일보가 만났다.

<글 조훈호 기자>

“외솔 최현배 선생, 문학도의 가슴에 불을 지피다”

1965년 독립운동가이자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국어학자이며 한글학자인 외솔 최현배 선생은 제자들에게는 엄한 교육자이기도 했다. 외솔 최현배 선생의 마지막 대학 강단 수업, 홀로 강의를 듣던 당시 문학도 최상윤 박사는 온 몸의 전율을 느끼며 ‘순우리말’에 대한 불씨를 가슴에 심게 됐다.

외솔 최현배 선생은 이날 수업에서 조선어학회 사건 전말에 대해 2시간동안 열정적으로 강의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 모국어를 지켜 후손들에게 전하기 위해 목숨조차 아깝게 여기지 않았던 선조들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강의는 최상윤 박사에게 순우리말이 담긴 언어의 다양성과 소중함에 대해 눈을 뜨게 해주었다.

소설가로서 등단한 후 본격적인 창작활동에 들어서게 된 즈음, 1980년 광주민주화 운동의 발발은 최상윤 박사에게 타의에 의해 더 이상 소설가로서 집필할 수 없게 되는 현실을 가져다 주었고, 이를 통해 ‘순우리말’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의 삶을 걷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

“순우리말 한 개의 낱말을 더 찾기 위한 피나는 노력, 드디어 결실을 맺다”

동아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서 최 박사는 학생들과 함께 순우리말 낱말을 찾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신춘문예 등단에 있어 풍성한 한글 순수 우리말 어휘력은 매우 중요한 심사 기준이 되기 때문에 학생들도 열심히 순우리말 낱말 찾기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시간이 흐르고, 정리된 순우리말 낱말 수도 차곡차곡 모아졌을 즈음, 최 박사는 문인, 문학지망생, 교양인들과 조사된 순우리말을 공유하기 위해 출판을 기획하게 된다. 하지만 잊혀져 있던 순우리말은 출판을 준비하는 가운데서도 계속 발견되어, 기획 후 6년만인 2018년 마침내 ‘순우리말 사전’이라는 이름으로 결실을 맺게 됐다.

처음부터 순우리말 사전을 펴내기 위한 작업이 아니었다. 시대가 바뀌고 소설을 다시 쓸 수 있게 되었을 때, 그의 마음 속에는 소설보다 순우리말을 먼저 집필해 그 속에 담긴 혼과 얼을 후배 문인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사명감이 강하게 일어났던 것이다.

“나랏말은 그 나라의 혼이다. 그 나라 말 속에는 은연중에 그 나라의 혼이 담겨 있다. 그 혼을 이어 가기 위해서는 각 나라 말을 잘 이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최 박사의 순우리말 사전 집필은 가슴 속 심겨진 외솔 최현배 선생의 가르침의 울림에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순우리말은 우리 후손들에게 반드시 전해져야 합니다”

최 박사가 순수한 열정을 다해 집필한 ‘순우리말 사전’은 2018년 초판 인쇄 후 완판을 거듭하며 어느덧 3판 인쇄본도 잔고가 얼마 남지 않아 4판 인쇄를 검토하고 있다. 인문 어학 분야에서는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는 등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현재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무게 있고, 명성 있는 작가, 소설가들에게서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받고 있어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모르던 순우리말 단어들을 너무 몰랐다는 것이 부끄러웠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했어요”

최상윤 박사에게 순우리말에 대한 의견을 전해주는 사람들은 대다수 현재 창작 활동을 하는 문인들이다. 한 문인은 “순우리말 사전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순우리말을 보니 그동안의 작품 활동이 헛된 것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반성하게 됐다”고 최 박사에게 감사함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문인들에게 순우리말에 대해 일깨워주는 충격을 준 것 자체가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순우리말을 작품 속에서 구사하면서 자연스럽게 어휘들과 단어들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상윤 박사가 문인들의 자기 반성적 고백들이 반갑고 고마운 이유다.

최근 들어 최 박사의 고민이 한가지 늘었다. 국립국어원에서 순우리말을 미표준어로 규정하고, 많은 순우리말 단어들을 사투리로 추가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래어, 합성에 의해 순우리말이 설 자리가 작아지고, 나라의 혼과 얼이 잊혀질까봐 걱정이 됩니다. 언어에서 혼과 얼이 사라지게 되면 나라의 혼과 얼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순우리말은 반드시 우리 후손들에게 꼭 전해져야 합니다”

민족의 혼과 얼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순우리말을 찾아내 정리하는데 자신의 인생을 헌신적으로 바쳐 온 최상윤 박사의 순우리말을 지키고 전승하고자 하는 순수한 외침이 외래 합성어로 정신마저 혼탁해진 현 시대에 경종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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