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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감사를 반추하고 음미하라

물 사냥(?)을 나갔던 2~3주 전의 일이다. 마스크로 얼굴을 반 이상 가리고 모자까지 푹 눌러 쓴 채 90분 만에 끌고 나온 물 보따리의 무게가 보통이 아니다.

자동차에 넣으려고 하는데 중년의 남자가 다가왔다. “도움이 필요하냐?” 묻더니, 냉큼 차에 올려 놓고 떠난다. 어찌나 고맙던지 그의 등 뒤에 대고 몇 번이나 허리 굽혀 인사를 했다. 약 20일이 지난 지금도 감사한 마음이 남아있고 나도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UC데이비스 로버트 에먼스 심리학과 교수는 감사하는 마음이 긍정 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의 시작이라고 설명한다. 그의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감사 항목을 5가지 써야 하는데, 한 줄로 된 짧은 문장이라야 한다. 두 달 후에 보니 이 과제를 쓰는 사람 모두가 행복해졌고 병도 사라졌다고 한다.

인간이 동굴에 살던 시절 ‘불안의 감정'은 위험으로부터 그들을 지켜주는 역할을 했고, 분노는 부정한 것에 대항해 싸워서 정의를 세우는 데에 사용됐다.



그러면 행복한 감정이 인류의 생존에 한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인간이 불안하거나 화나는 상태에 있을 때에는 ‘인식의 터널’ 속에 갇히게 되어 먼 곳을 보지 못한다. 하지만 행복한 때에는 세상을 더 넓게, 그리고 창조적으로 보게 하고 중요한 인간관계를 맺게 해서 미래에 닥칠지도 모르는 응급사태를 준비시킨다고 한다.

21세기 초기 우울증 연구의 대가였던 마틴 셀리그먼 박사는 인생에서 행복, 감사, 창조, 열심, 지혜 등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진이 조사해보니 미국인의 3분의 1만이 행복하다고 말했는데 수입, 연령, 성별과는 무관했고, 영적 믿음과 친구 관계 등과 관련이 컸다. 또한 20대와 60대 때에 가장 행복을 크게 느꼈다.

컬럼비아 대학 연구팀은 지구상 어느 곳의 사람들이 가장 행복을 느끼는지 조사했다. 결과는 가깝게 붙어있는 세나라였다. 덴마크, 필란드, 노르웨이였다. 국민소득 1위를 자랑하는 카다르는 31번째로 행복했고, 최고 부자 나라인 미국은 11번째, 세계에서 가장 수명이 긴 일본은 44번째, 살인 범죄가 적은 홍콩은 67번째였다.

당시 행해졌던 ‘수녀 연구’의 일환으로 수녀들이 20대에 쓴 일기도 분석해 보았다. 행복한 감정이 많이 있는 일기의 수녀들은 80~90세가 넘도록 건강하게 사는 것을 발견했다.

‘어떻게 하면 좋은 감정을 오래 지니고 살 수 있을까’를 연구한 모스코비츠 박사에 의하면 중요한 것은 ‘감사의 마음’ ‘주어진 상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 ‘자신의 장점에 주력하는 자세’ ‘타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 등이었다. 또한 감사한 일이 있을 때에는 이것을 반추(rumination)하면서 그 달콤한 맛을 음미(Savoring)하라고 했다.

지난 3주 전에 받았던 친절을 생각할 때마다 기분이 좋고, 잠도 잘 오고, 집청소에도 기운이 났던 이유를 이제 알게 됐다. 그동안 안부 인사를 못했던 오랜 환자들과 나이 많은 선배들께 전화를 드릴 생각에 마음이 바빠진다.


수잔 정 / 소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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