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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심리적 다가서기’가 필요한 때

장수아 / 사회부 기자
장수아 / 사회부 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20/04/23 미주판 17면 기사입력 2020/04/22 18:34

코로나19 확산에 덩달아 가정폭력이 번지고 있다. 한인가정상담소에 따르면 최근 한인 사회 내 관련 상담 건이 2~3배 증가했다.

처음에 의아했던 기자가 코로나19와 가정폭력의 상관관계를 묻자 상담가의 대답은 단순했다. ‘집에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였다. 씁쓸하다. 자고로 ‘함께’라는 말은 ‘가족’이란 단어에 늘 어색함 없이 붙는다. 하지만 마주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커지는 건 갈등이었다.

비단 한인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인 이슈다. 말레이시아는 가정폭력 신고가 지난해 비해 2배로 늘었다. 중국은 3배나 늘었다. 프랑스 정부도 지난달 이동제한령 시행 후 일주일 새 가정폭력이 32% 증가했다. 영국 북아일랜드에서는 현재까지 20% 가량 늘었고, 호주는 40%나 늘었다.

특히 호주에서는 구글 등 인터넷 검색 엔진에 가정폭력 관련 검색어가 최근 5년 새 가장 많았다고 한다.

새로운 제도도 생겨났다. 프랑스 정부는 약국에 가정폭력 신고기관을 겸하도록 조치했고, 영국은 특별히 가정폭력 피해자는 집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이동을 허용했다.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는 가정폭력이 늘자 주류 판매를 금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의 부작용'을 원인으로 꼽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이어지면서 정신적 심리적 불안도 높아지고 있다. 집에 발이 묶이고 타인과의 접촉이 끊기면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포브스지는 지난 2일 코로나19로 인해 미국인 중 36%가 심각한 정신 건강에 타격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자가격리도 마찬가지다. 특히 격리는 사람의 심리 상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사망률은 비만이나 환경오염, 흡연으로 인한 사망률과 비슷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이 불안정한 심리상태가 제일 가까운 관계에 가장 빠르게 전파된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적용되지 않는 부류 중 하나가 ‘가족’이다. 하지만 가까운 신체 거리 탓일까. 불안감의 전염은 바이러스만큼이나 빠르다.

전문가들은 처방법을 내놨다. 바로 ‘심리적 방역’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너무 많은 코로나 정보를 받아들이지 말라고 조언했다. 또 긴장을 풀어야 한다는 스트레스마저 내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음에도 백신이 필요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부작용을 ‘심리적 다가서기’로 극복해야 할 때다.

위기는 기회라 했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세상이 정지됐다. 덕분에 분주했던 삶을 내려놓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지금이야말로 인생의 동반자인 가족을 돌아볼 수 있는 적기다. 어쩌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다.

지난주 한 교회 설교에서 지금 이 코로나19 상황을 ‘하프타임(Half Time)’이라 묘사했다. 인생의 후반전을 위해 강제로 주어진 휴식 시간이라는 것이다. 바람이 불어야 배가 간다고 했다. 뜻하지 않아도 시간은 흘러가고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는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코로나 안부만 묻지 말고 존재 자체로 고마운 가족에 진심을 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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