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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In] 살균제 주사 권하는 대통령

[LA중앙일보] 발행 2020/04/27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20/04/26 15:03

잘못 들었나 싶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짤막한 영상을 보면서다. 제목은 ‘트럼프 대통령이 살균제 주사를 제안했다(Trump Suggest Injecting Disinfectants)’였다. 영상은 23일 코로나19 태스크포스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발언을 편집했다. 보고도 믿기 힘들어 그날 기자회견 전체 영상을 찾았다.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한 짜깁기 영상일 수 있어서다. 문제가 된 대통령의 발언과 그 앞 상황을 번역했다.

#빌 브라이언 국토안보부 과학기술 차관 대행: “태양광이 바이러스를 죽이는 데 강력한 효과를 갖고 있다… 또 표백제(bleach)로 기침·재채기 분비물 속의 바이러스를 죽이는 데 5분이 걸렸지만, 살균제(disinfectant)로는 3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여름이 바이러스를 전부 죽일 수 있다고 하면 무책임한 이야기지만 이 전쟁의 새 무기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고맙다. 이 자리에 있는 다른 분들도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을 빌(차관 대행)에게 했다.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인체에 엄청난 양의 자외선(ultraviolet)이나 강력한 빛을 쏘인다면…(차관대행쪽을 보며) 이 방법은 아직 확인 안 해봤다고 (차관대행이) 말했지만 테스트해 볼 것이다. 그리고 빛을 인체 내부에 쏘이는 건(brought the light inside the body) 어떨까, 피부를 통해서나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할 수 있지 않나. (차관대행이) 이 방법도 테스트해 본다고 했다.”

#차관대행: “(테스트할)적임자를 찾아 맡기겠다.”

#대통령: “그리고 살균제는 1분 만에 바이러스를 죽인다. 단 1분이다. 인체 내부에 주사(injection inside)하든지 해서 바이러스를 거의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그것(코로나바이러스)은 폐로 들어가 엄청난 숫자로 확산하기 때문이다.”

정말 지켜보기 힘든 ‘참사’였다. 전세계 어느 대통령이 생방송으로 사람 몸안에 자외선을 쐬거나 살균제를 주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제안하겠나. 코미디에서나 나올 법한 말이 1등 국가를 자처하는 미국의 대통령 입에서 나왔다.

이 발언의 후폭풍도 코미디 영화처럼 상영됐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트윗을 통해 “살균제를 부적절하게 사용해선 안 된다”는 ‘경고문’을 올렸다. 살균제 제조업체인 레킷벤키저도 “어떤 상황에서도 인체에 주입하거나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로 사용돼선 안 된다”는 내용의 경고문을 발표했다.

대통령의 발언 참사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9일 대통령은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이 코로나 치료에 효과가 있다면서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클로로퀸이)매우 강력한 약이지만 사람을 죽이진 않는다”며 치명적인 부작용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임상결과는 달랐다. 지난 21일 사우스캐롤라이나대와 버지니아대 공동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투약한 환자 97명의 사망률은 27.8%로, 투약하지 않은 환자 158명의 사망률(11.4%)의 두 배가 넘었다.

대통령의 속내는 이해할 수 있다. 가만히 있지 말고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과 국민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을 전하고 싶은 마음일터다. 그런데 해명이라고 내놓은 말에 애써 이해하려는 사람들도 돌아서게 했다. “(내게 적대적인)기자들을 비꼬기 위한(sarcastically) 질문이었다.” 백번 양보해 비꼬는 말이었다고 해도 지금이 기자들과 말싸움이나 할 땐가. 전세계 코로나19 감염 사망자 넷 중 한 명이 미국에서 나왔다.

이젠 약은 그만 팔고 국민 마음을 사길 바란다. 국민들이 11월3일 대선만이 해결책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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