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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한인회장 자격에 대하여

[LA중앙일보] 발행 2020/04/30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20/04/29 17:14

#. 봉사의 자리일까. 군림하는 자리일까. 비영리단체 리더라면 누구든 한번 쯤 자문해 보는 질문일 것이다. 물론 답은 본인도 알고 주변 사람도 안다. 문제는 봉사, 헌신으로 잘 출발했다가도 조금만 지나면 초심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이런 저런 단체를 이끄는 리더들이 여간해서 좋은 평판을 듣기 힘든 이유도 이것이다.

한인회라고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LA한인회는 조금 예외인 듯싶다. 임기 말인데도 선거 참여, 센서스 참여 캠페인 등을 활발히 이끈 데 이어 지금은 코로나로 힘겨워하는 한인들을 위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원 사업까지 펼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어, 한인회가 이런 것까지 하는 곳이었나 하는 긍정 반응도 부쩍 늘었다.

전에도 한인회가 놀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역대 집행부마다 좋은 일도 하고 의미 있는 일도 해 왔다. 그럼에도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은 한인회 하면 늘 싸우고, 생색내고, 자기들끼리만 놀고…라는 오랜 불신이 깊이 퍼져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지금 한인회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데도 칭찬 받고 관심도 끄는 게 아닐까.

#. 34대 LA한인회 임기는 오는 6월말까지다. 규정대로라면 이미 선거관리위원회가 구성되고 차기 회장 선거 준비가 한창이어야 한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코로나 사태로 그런 일정이 모두 뒤엉켜버렸다. 한인사회가, 아니 미국 사회 전체가 올 스톱 된 상황이니 선거를 진행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결국 LA한인회는 엊그제 임시 이사회를 열고 현 집행부 임기를 올해 말까지 6개월 연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위기 상황이 끝날 때까지 저소득 한인 지원, 각종 정부 지원 신청 등 지금까지 해 오던 중요 사업들이 중단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 이유다.

이해한다. 하지만 일부에선 의아하다는 소리도 들린다. 현 집행부는 오해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여태껏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연일 민원 봉사를 해온 충정을 연장된 임기 끝까지 사심없이 이어가야 한다. 또 연장된 임기 내에는 반드시 후임 회장이 선출될 수 있도록 선거 절차를 제대로 이행해 나가겠다는 약속도 지켜야 한다.

한인사회 역시 할 일이 있다.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역할로 모처럼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한인회가 다시 무관심의 대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한인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인회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능력과 신망을 갖춘 차기 회장 후보를 찾는데 같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 조선시대엔 벼슬길에 나갈 사람에겐 '사유(四維)'가 반드시 요구되었다. 도덕적 기초가 되는 4가지라는 뜻으로 예·의·염·치를 말한다. 예(禮)는 자기 분수를 아는 것, 의(義)는 벼슬을 얻기 위해 편법을 저지르지 않는 것이다. 염(廉)은 자신의 부족함을 숨기지 않는 것이고 치(恥)는 그릇된 길을 좇아 부끄러운 길로 들어가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사적 이익 추구를 위해 사사로이 자리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자세다. 조선이 온갖 모순 속에서도 518년이나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윤리의식으로 무장한 선비들이 목민관이 되고 백성을 이끌었다는 것도 한 요인이었다.

한인회장이 벼슬은 아니다. 그렇지만 한인들의 권익을 챙기고 이민 생활의 아픔까지 다독여야 한다는 점에서 옛날 목민(牧民)의 자리와 다르지 않다. '4유'의 미덕이 지금도 충분히 살필 가치가 있는 이유다. 더하여 지금 우리 상황에 맞는 조건까지 보탠다면 더 완벽할 것이다. 한인 사회와 주류사회의 접점이 계속 넓어지고 있는 만큼 미국의 제도와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 영어와 언변(스피치)이 뛰어난 사람, 필요한 만큼의 재력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한인사회를 향한 열정과 헌신의 마음이 더 뜨거운 사람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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