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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 그날 !

#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명령한 것이 어느덧 석 달째다. 그동안 학생은 학교 갈 날을 기다리고 젊은이들은 직장에 갈 날을, 자영업자들은 가게 문 열 날을, 스포츠인은 운동장이 문 열 날을, 교인은 교회에서 예배 드릴 날을, 그리고 의학자들은 코로나바이러스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성공할 … ‘아! 그 날!’을 기다린다.

# 돌아보면 내 삶에서도 몇 차례나 그렇게 간절한 기다림의 세월이 있었다. 한국 전쟁시 우리는 외가가 있는 충청북도로 피란을 떠났다. 전쟁이 끝나고 모두 서울로 돌아가고 있었지만 전쟁 중 부친을 잃은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형님과 누님이 먼저 상경해 복학해 있는 동안 나는 황간에서 중학교를 다니며 차례를 기다렸다. 소년의 마음에 얼마나 그리움이 컸을까. 드디어 6년 만에 이루어진 환도…. 아! 그 날!

# 1980년 전두환 군부에 의해 방송국을 떠나 그 이듬해 가족을 데리고 미국으로 올 때만 해도 한국은 두 번 다시 쳐다보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버린다고 버려지지 않는 것이 고향인 것을, 정이란 것이 그렇게 두부 자르듯 자를 수도 없는 것임을 오래잖아 알게 된다. 좋은 선배들을 만나 조국의 민주화 운동과 통일운동에 몸 담게 되고 1989년 뜻밖에도 해직 9년 만에 복직이 된다. 다시는 못갈 것 같던 한국과 그 회사에 돌아가기 위해 대한항공 102편을 ‘귀국선’ 삼아 고국으로 귀향하던 꿈만 같던… 아! 그 날!

# 60년 전 4.19 혁명을 나는 보성고등학교 3학년 때 겪었다. 그날 교사들이 학교정문을 가로막는 바람에 전교 학생이 시위대에 합류하지는 못하고 개별적으로 참여하고 나서 밤늦게 집에 돌아왔다. 그날 이후 며칠 간 집에 있으면서 4월 혁명에 관한 신문의 사진과 기사를 모두 오려내고 거기에 내 설명과 해설을 곁들여 ‘4월 혁명기록 스크랩 북’을 만들었다. 젊은이들이 목숨을 던져 자유를 쟁취하기까지의 생생한 이 기록물은 이민 봇짐에 실려 와 긴 세월 나와 함께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국립 4.19 민주묘지 관리소에 그런 사실을 알렸더니 바로 기증해달라는 요청을 해와 지금은 그곳 ‘4.19 혁명 기념관’에 영구 전시되고 있다. 그 책의 이름이 '아! 그날!' 이다.



# 다시 한반도의 내일로 돌아온다. 한반도 분단체제가 형성된 이후 처음으로 한국 정치의 주류를 형성한 진보 민주진영은 이제 자신감을 갖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해 가야한다. 지난해에는 북미회담의 교착 상태로 남북관계가 전혀 진전되지 못했으나 4.27 판문점 선언 2주년을 맞은 지난 27일 동해북부선 철도 추진 기념식을 가진 것은 좋은 출발이 될 수 있다. 통일은 훗날 오더라도 생전에 어서 남북이 협력하고 왕래하는 ‘아! 그날!’을 보고 싶다.

#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주인공 중의 한 사람인 블라디미르는 고도가 자신을 구해줄 것이라 믿고 50년 가까이 기다림을 멈추지 않는다. 인간의 삶은 끝없는 기다림이라고 했던가. 기다림은 분명 고통일지라도 기다림 그 자체가 삶의 희망일 수도 있다. 믿음을 갖고 간절하게 기다리다 보면 그날은 온다. 봉쇄를 해제하라며 데모를 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비록 코로나 이전으로의 완전한 회귀는 어려울지라도 그래도 언젠가 인간이 승리하는 그날은 반드시 올 것이다. ‘아! 그날!’이….


김용현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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