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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지극히 당연한 것에 감사하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집콕’ 감옥살이가 길어지면서 얻은 교훈 중의 하나가 일상에 대한 고마움이다.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무심하게 여겼던 것들이 알고 보니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라는 사실….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떠올리는 글이 헬렌 켈러의 ‘3일 동안만 볼 수 있다면'이라는 감동적인 글이다.

“만약 내가 사흘간 볼 수 있다면 첫날에는 나를 가르쳐준 설리반 선생님을 찾아가 그분의 얼굴을 바라보겠습니다. 그리고 산으로 가서 아름다운 꽃과 풀과 빛나는 노을을 보고 싶습니다.

둘째 날에는 새벽 일찍 일어나 먼동이 터 오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저녁에는 영롱하게 빛나는 하늘의 별을 보겠습니다.



셋째 날엔 아침 일찍 큰 길로 나가 부지런히 출근하는 사람들의 활기찬 표정을 보고 싶습니다. 점심 때는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저녁때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쇼윈도의 상품을 구경하고, 저녁에는 집에 돌아와 사흘간 눈을 뜨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을 되살펴보게 하는 글이다.

우리 주위에는 당연히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이 없으면 사람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 많다. 햇살, 공기, 물, 숲, 땅 등. 잘 간수하고 고맙게 섬겨야 마땅한 것들인데 지금까지 인류는 오만방자하게 정반대의 짓을 되풀이 해왔다.

그래서 공기는 숨을 못 쉴 지경으로 탁해지고, 물은 더러워져 병물을 사서 마셔야 하고, 지구의 허파라는 숲은 신음하며 죽어 사라져가고, 땅은 탐욕스러운 투기의 대상이 돼버리고 있다. 무서운 전염병도 그런 탐욕과 오만의 결과 생겨난 자업자득이요, 준엄한 경고라는 설명에 공감이 간다.

그런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정신이 황폐해지는 현상이다. 지금 우리의 정신세계는 황량한 사막이고 날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 만질 수 있는 것, 숫자로 계량할 수 있는 것, 성공과 능률… 이런 것만 믿고 거기에 매달리는 한 대책 없이 계속 더 황폐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래서 다시 헬렌 켈러의 말씀 한 마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좋은 것은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다.”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것,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 그것이 가장 아름답고 좋은 것이라는 말씀이다. 전염병 때문에 우리는 한 동안 ‘사람 멀리하기’ 훈련을 받았다. 다른 사람을 만나면 일단 위험한 존재, 피해야 할 존재로 인식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렇지 않아도 전화기 때문에 홀로 지내기가 몸에 익어가는 판에 사람 피하기 연습까지 했으니, 전염병이 잡히고 안정된 뒤에도 외톨이가 부쩍 늘어나는 건 아닐지 걱정스럽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는 것, 사람(人)이라는 글자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 기대어 서있는 형상이라는 것… 이런 지극히 당연한 진리를 새삼스럽게 되새기는 요즈음이다. 부디 ‘집콕’ 덕에 가족 간의 관계가 끈끈해지고, 가슴으로 느끼는 사랑도 진해지기를…. 하지만 행여 집에 있는 자식들 불러 앉혀놓고 그동안 못했던 잔소리 세례 퍼붓는 용감한(?) 일일랑 삼가시기를.

꼰대의 잔소릴랑 화장실에서 혼자 구시렁거리고 끝내는 것이 생활의 지혜라는 것 잊지 마실 것. 그걸 요샛말로 ‘뉴 노멀’이라고 한다지요, 허허….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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