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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대통령도 '해 먹는' 나라

이종호/편집2팀장

요즘 한국의 위상이 참 높아졌구나 하는 것을 자주 느낀다. 어딜 가나 한국 차를 만나고 한국 제품을 만난다.

유엔 사무총장도 한국 사람이고 골프도 야구도 심지어 피겨스케이팅까지도 한국인들의 잔치가 됐다.

드라마 .음악 등 한류 스타들의 눈부신 활약도 언제 우리가 이렇게 컸나 하는 자긍심을 갖게 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우리끼리만 그렇게 여기고 떠들고 까불었나 보다.

미국의 조사기관 안홀트(Anholt)사가 최근 발표한 2008년 국가별 브랜드 지수를 한 번 보자. 1.2.3위는 독일.프랑스.영국이었고 일본이 5위 미국은 7위였다. 그렇다면 한국은?



놀라지 마시라. 50개 국가 중 겨우 33위에 머물렀다. 인도(27위) 중국(28위)보다도 낮고 한참 아래일 것으로 여겼던 태국이 우리와 비슷한 34위였다.

경제규모로 세계 13위라는 한국이다. 그런데 브랜드 파워는 고작 이 정도라니 심히 자존심이 상한다.

국가 이미지란 그 나라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도의 반영이다. 그것이 이렇게 바닥이니 직접 외국인들과 맞닥뜨리며 살아야 하는 동포들은 더 난감해 진다. 한국에 대한 비호감은 한인들에 대한 비호감으로 나아가 반감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원인이야 뻔하다. 북한과의 대치 상황 잦은 노사분규와 과격 시위가 한국을 불안하고 혼란스런 나라로 여기게 했을 것이다.

수준 이하의 정치 행태도 한 몫 했을 것이고 일본의 100분의 1이라는 '국제 사회 기여도' 역시 챙길 줄만 알았지 베풀 줄 모른다는 얌체 이미지를 만들었을 것이다. 거기다 비이성적.몰양심적 행동으로 세계를 휘젓고 다니는 일부 어글리 코리안들의 추태까지.

그래도 억울한 건 억울하다. 우리 눈엔 한국이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가. 전쟁의 폐허 위에서도 한강의 기적을 일궈 냈다. 군부 독재 청산과 민주화 성취 IMF 외환위기 극복 같은 것도 유례가 없었다.

눈부신 IT 산업에 뛰어난 문화적.예술적 성취는 또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그런데도 이런 것은 몰라주고 그저 싸우고 부수고 해 먹는 모습들만 기억하는구나 싶어 안타깝고 분통이 터지는 것이다.

그런데 또 개탄스러운 꼴을 보게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 나름대로 허물은 있었지만 돈 만큼은 깨끗할 것이라 여겼던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더 씁쓸하고 배신감도 더 큰 것이다.

앞으로 수사는 점점 더 좁혀져 갈 것이다. 그에 따라 우리는 익숙한 레퍼토리를 다시 듣게 될 것이다. 처음엔 '전혀 모른다' 그 다음엔 '기억이 잘 안 난다' 또 그 다음엔 '그랬던 것도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죄송하다….' 그 순간 대한민국은 또 한번 '대통령까지도 해 먹는 나라'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고 한국의 이미지는 다시 추락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분개는 하되 절망은 말자. 수백억 수천억씩 해 먹고도 콧방귀도 뀌지 않는 대통령을 가진 나라였다.

그렇지만 이제는 '푼돈' 마저 용납되지 않는 나라로 가고 있지 않은가. 정치판에서 만큼은 검은 거래가 더 이상 발붙일 자리가 없겠구나 하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가. 그래서 그것으로나마 위안을 삼자는 말이다.

한 번 고착된 이미지를 바꾸기란 정말 어렵다. 바닥을 기고 있는 국가 이미지를 높이기는 더욱 힘들다.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채찍도 필요하지만 지금 내가 그 채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의지와 진심까지 읽혀져야 하기 때문이다.

동포들이 정말 보고 싶어 하는 것도 이것이다. 물론 그 열쇠는 현재의 권력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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