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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 토크] ‘수사관들을 수사하라’

[LA중앙일보] 발행 2020/05/05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20/05/04 19:02

FBI가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 안보보좌관을 상대로 함정수사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다. 플린은 지난 2017년 2월 FBI 요원들에게 위증한 혐의로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된 지 24일 만에 물러났다. 당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고를 권고했다.

플린이 러시아 외교관과 통화했다는 것을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았다는 점이 펜스 부통령 심기를 건드렸다.

발단은 2016년 12월이었다.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플린은 도미니카 공화국 휴양지에서 쉬고 있었다. 그에게 전화가 한통 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세르게이 키슬리약 당시 주미 러시아 대사였다. 키슬리약 당시 대사는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완화 여부를 플린에게 논의했다.

FBI가 이들의 통화내용을 감청하고 있었다. 2017년 1월12일.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내셔스가 이들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FBI의 누군가가 WP에 통화내용을 흘린 것이다. 2월에 FBI 요원들이 백악관에 가서 플린에게 잠깐 인터뷰하자고 했다. 플린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인터뷰에 응했다. 로버트 뮬러 특검팀은 이때 인터뷰에서 플린이 거짓말을 했다며 그를 기소했다. 당초 플린도 위증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지난주 들어 플린 케이스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플린 변호사 시드니 파웰이 FBI가 ‘무죄를 입증할 증거(exculpatory evidence)’를 숨기고 있었다며 플린이 무혐의로 풀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파월 변호사는 뮬러 특검팀이 플린의 아들까지 조사하겠다고 나서자 어쩔 수 없이 유죄를 인정한 것이라고도 했다.

파월 변호사가 말한 ‘무죄를 입증할 증거’는 법무부가 지난주 공개한 FBI 내부 메모다. FBI 감찰부의 빌 프리스탑 부국장이 쓴 메모였다. 메모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플린을 만나는) 목표가 뭐냐고? (플린이) 진실을 말하게 하거나 인정하게 하든지, 아니면 거짓말이라도 하게 유도해야지. 거짓말을 하면 그를 기소하거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직에서) 해고 당하게 할 수 있지 않겠어?”

메모가 나오면서 FBI의 플린 수사가 '브레이디 규정(Brady Rule)’을 위반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브레이디 규정이란 수사기관이 피고에게 유리한 증거를 감추지 않고 공개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게다가 플린을 인터뷰했던 피터 스트럭 수사관은 FBI 수뇌부에 ‘플린이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플린과 키슬리약 간 통화 내용을 알고 있었던 FBI가 플린에게 접근한 것이 함정수사였다는 의혹이 이번 메모 공개로 인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플린 사건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하며 메모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FBI 요원들이 플린에게 접촉한 과정도 문제다. 통상적으로 FBI가 백악관 고위직을 수사할 때는 백악관 법률팀에게 상의해야 한다. 또 플린을 조사하는 것이었다면 그에게 변호사를 대동할 권리를 부여했어야 맞다. 그럼에도 이들 요원은 막바로 플린에게 다가갔다. 제임스 코미 FBI 전 국장은 “트럼프정부가 어수선한 틈을 타 인터뷰를 하기에 호기라 생각했다. 오바마나 부시정부 때라면 시도도 하지 않았을 거다. 내가 요원들에게 그렇게 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플린 사건은 트럼프-러시아 내통 스캔들의 일부분이다. 현재 존 듀럼 연방검사가 러시아 내통 스캔들 진원지를 찾기 위해 수사하고 있다. 그는 플린과 키슬리약 간 통화 내용이 어떻게 워싱턴포스트에 유출됐는지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FBI 고위직이 머무는 FBI 건물 7층이 잔뜩 긴장하고 있을 것 같다.

‘수사관들을 수사하라(Investigate the investigators.’ 최근 워싱턴정가에서 유행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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