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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회적 거리, 심리적 거리

이승권 / 경제부 차장
이승권 / 경제부 차장 

[LA중앙일보] 발행 2020/05/07 미주판 17면 기사입력 2020/05/06 19:28

여자 테니스 최고의 스타였던 마리아 샤라포바(33)는 올해 2월 은퇴를 선언했다. 2012년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하며 여자 선수 가운데 역대 10번째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샤라포바는 4대 메이저대회에서만 5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 그가 얼마 전 지역번호(310)로 시작하는 개인전화 번호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에서 스포츠 경기가 모두 중단된 상황에서 팬들을 대상으로 한 ‘깜짝 이벤트’였다.

당시 “메시지를 보낸 뒤에는 내 답장도 기다려 달라”고 약속했던 샤라포바는 이후 다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40시간 사이에 220만 통의 연락이 왔다”며 팬들의 관심에 고마움을 표했다. 220만 통의 연락은 1시간에 5만5000통의 문자가 온 셈이고, 1초당 15개 이상의 메시지가 들어왔다는 얘기다. 샤라포바가 마련한 깜짝 이벤트는 팬들에게 인간관계의 단절로 인한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했다.

요즈음 코로나19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을 많이 쓴다.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말의 지배를 받는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람들끼리 서로 견제하고 멀어지기를 원한다. 문제는 그러면서도 외로워한다는 것이다. 물리적으로는 거리를 두어야 하지만 심리적으로는 가까워져야 한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런 표현의 옳고 그름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으로는 조금 더 가까워지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소에 ‘내 마음 다 알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미뤄온 언어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언젠가 가까운 사람과 크게 다툰 적이 있는데 최근에 미안하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간의 안 좋았던 감정들이 봄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먼저 연락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열 가지는 갖고 있었을 텐데 도대체 왜 그런 마음을 가졌는지 스스로 반성하게 됐다.

몸과 마음이 지칠 수 있는 이 시기에 먼저 손을 내밀어 보면 어떨까. 세계 각국마다 다양한 인사말이 있는데 대부분이 건강이나 일과 같은 개인 신상에 대한 안부를 묻는 내용이다. 한국에서 예로부터 중요하게 물어보는 안부 인사가 두 가지 있다. 첫째는 아침에 하는 인사로 밤새 ‘안녕하셨는가’를 물었다. 편안한 잠자리 여부를 확인하기도 하지만 연로한 어른들의 무사안위를 염려하는 뜻에서 하는 인사였다.

그 다음은 어느 때를 막론하고 할 수 있는 인사가 바로 ‘식사하셨습니까’이다. 건강을 챙기자는 의미도 있었겠지만 ‘보릿고개’ 등의 어려운 시절을 겪다 보니 하루 세끼 밥을 먹기 어려운 형편에 상대방을 염려해서 하는 인사였다. 요즘같이 서로 힘든시기에 지금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 연락해보자. 전화나 문자라도 좋으니 자신의 진심을 담아서 한 번 표현해 보자. 마음의 거리가 훨씬 가까워지고 마음의 온도가 봄 날씨보다 따뜻해질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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