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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아, 옛날이여”

정현숙 / LA
정현숙 / LA 

[LA중앙일보] 발행 2020/05/07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20/05/06 19:29

인간의 적응력은 대단하다. 어떻게 집안에서만 사느냐고, 슬쩍슬쩍 나가도 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TV와 신문에 확진자 수가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을 보고는 문 밖에 나갈 용기가 없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적응해 가는 것 같다.

한 시간 거리에 살지만 만나지 못하는 큰딸의 전화를 받았다. "엄마! 만약에 엄마가 병원에 입원이라도 하게 되면 그때는 우리하고 영영 이별이에요. 절대로 문 밖에 한 발짝도 나가지 마세요.” 가히 협박(?) 수준이다. 엄마가 혹시 용감한(?) 행동이라도 할까 봐 아예 쐐기를 박는다.

얼마 동안은 집 안에만 있는 것이 좋았다. 손주들도 집에 있고 며느리가 맛있는 것도 해주었다. 그런데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나뿐 아니라 친구들도 모두 그런 것 같다. 잘 있느냐는 안부인사가 점점 지루하다, 답답하다, 힘들다는 투로 변해갔다.

남편이 친구에게 보낸 문자를 살짝 보았다.

'성경 한 번 외어보고,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음악 한 번 들어보고, 구름 한 번 쳐다보고, 삼시 세끼 때 맞추어, 민생 문제 해결하고.'

웃음이 나왔다. 심심해서 친구에게 한탄을 한 번 해본 것 같다.

'시간들이 그리 살 같이 도망가더니, 다리가 아픈지 주저앉았다. 빨리 가거라 시간아, 너하고 마주하고 싶지 않구나, 얼마나 내 옆에 주저앉아 있을 참이냐. 힘들다, 힘들어.' 왕성하게 활동하던 분이 집에 갇혀 안 가는 시간을 원망하며 써 보낸 것 같다.

긴긴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하다 엉터리 시인도 되어보고 한탄도 하게 되나 보다. 80 노인들이 주고 받는 문자가 가슴 찡하다.

갑자가 젊어 목청 좋을 때 부르던 이선희의 '아! 옛날이여'가 생각난다. "아~ 옛날이여. 지난 시절 다시 올 수 없나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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