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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바이러스는 공평하지 않다

[LA중앙일보] 발행 2020/05/08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20/05/07 19:17

‘바이러스는 남녀노소 계층을 가리지 않는다’ ‘코로나에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 ‘세계적인 팬데믹이라 지역과 인종을 불문한다.’ 코로나19가 시작됐을 때 나온 말들이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 공격에 다같이 조심하자는 취지였다. 여기서 더 나가 ‘바이러스는 (감염과 관련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상황은 변했다. 직장이 폐쇄되고 비즈니스가 문을 닫아 실업자가 속출하면서 코로나는 공평하지 않았다. 실직자에게 당장의 의식주 해결은 코로나 공포보다 더 컸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보도에서 코로나19가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휴교로 온라인 학습이 시작되면서 인터넷과 컴퓨터를 갖추지 못한 빈곤층 자녀는 낙오자가 된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노동자들은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일터로 가야만 한다.

반면 부유층은 인구 밀집의 도시를 벗어나 초호화 ‘코로나 피난’을 떠난다. 하루에 숙박비만 수천 달러인 교외 별장으로 휴가를 겸해 대피하고 먼 바다 섬으로 떠나기도 한다. 도서 지역 리조트를 운영하는 글래든 프라이빗 아일랜드 회사는 최근 예약이 넘친다. 하루에 3000달러면 섬 전체를 빌릴 수 있다. 대형 요트를 바다에 띄우고 수주째 ‘완벽’ 격리돼 코로나를 피하기도 한다. 일부 고객은 수만 달러에서 최고 1억달러에 이르는 섬을 통째로 구입하기도 한다.

벙커를 사서 지하로 피신하는 부자도 있다. 재난 벙커를 판매하는 텍사스주 라이징S사는 최고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벙커 구입 문의가 쇄도하면서 직원을 확충했다.

교외로, 바다로, 땅 속으로 부자들이 대피할 때 빈곤층은 막막해진 생계로 바이러스보다 더 혹독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지난 한달 동안 10명 중 2~3명이 직장을 잃었다. 저임금 노동 계층의 실업률은 이 보다 훨씬 높다.

인종별 실업률도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코로나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계층은 비숙련 노동에 종사하는 히스패닉계와 흑인이다. 백인 대비 최고 3배 이상 높은 실업률을 기록한다.

미국의 빈곤율이 반세기 만에 최악을 기록할 전망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컬럼비아대학 빈곤사회정책연구소는 실업률이 30%까지 오를 경우 빈곤율은 12.4%에서 18.9%로 급등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수치는 1967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로 인한 사망도 인종별로 편차가 크다. 지역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흑인계는 인구비율 대비 약 2.5배의 사망자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위생 상태, 식생활, 의료 혜택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하겠지만 결국은 가난의 문제로 귀착된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자본과 노동의 수익배분 구조에서 빈부격차의 원인을 찾는다. 사업의 두 축을 투자금과 노동력이라고 할 때 투자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노동력 제공자에게 할당되는 수익은 줄어든다. 자본가는 재력을 기반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지만 노동력으로 얻는 수입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경제시스템의 획기적인 전환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빈곤의 문제는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코로나 사태가 속히 진정돼 빈곤층의 삶이 더 이상 위협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코로나19는 자연에서 왔고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빈곤’이라는 재앙은 시간과 공간에 상관없이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특히 빈곤은 인간이 만든 재앙이어서 더욱 안타깝다. 바이러스는 결코 공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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