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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코로나 사태와 가정 폭력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LA중앙일보] 발행 2020/05/09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20/05/08 18:49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상태가 시작된 지 많은 시간이 지났다. 슬프게도 이미 한인가정상담소가 바빠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집 안에 식구들이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정 폭력 건수도 늘고 있는 것이다. 약 20년 전에 만났던 LA카운티의 가정 폭력 전담 검사가 한숨을 쉬며 내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아내를 때리는 동양인 가해자 중에서 한인이 제일 많은 것 같아요.”

평상시 예의 바르고 사업에도 성공해 남에게 본보기가 될만한 49세 한인 남성 환자가 있었다. 그가 나를 찾아 온 이유는 자신이 너무 싫기 때문이라고 했다. 벌써 몇 년째 부인을 폭행하는 바람에 자식들에게도 부끄럽다고 했다. 그는 비가 오는 날이면 술에 취해 집에 들어갔고 그런 날이면 이성을 잃고 부인을 폭행했다고 한다.

과거력을 알아보니, 학교에 다닐 때에는 집중을 잘 못하고 작은 실수를 자주하며 숙제한 것을 제때에 제출하지 않아서 성적이 나빴다. 하지만 좋아하는 예능 시간에는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열심이라 교사들도 놀랐다고 한다. 직장에서도 좋아하는 일이면 밤늦게까지 남아 했지만, 지루하거나 힘들어 보이는 일은 시작도 안하고 미뤄 문제가 많았다. 처형의 도움으로 미국에 온 후에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예능 계통의 일을 하게 됐다. 자신이 원하던 업종이라 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

가족력을 물어보니 아버지와 할아버지 모두 화를 잘 내고, 아내를 구타한 적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환자는 어른이 되면 아내에게 절대로 손을 대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다고 한다. 똑같은 성향의 가족력을 들으며 나는 주의산만증을 의심했다.

그래서 환자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LA에 살고 있는 친척들을 불렀다. 우선 환자가 기억하고 있는 어린 시절의 일들이 감정에 치우쳐서 너무 과장됐거나 축소됐는지를 알아보았다. 그러나 더 놀라운 일은 환자가 한 살 되던 해의 어느 비 오는 날, 심하게 술에 취한 아버지의 폭행을 참다 못해 엄마가 집을 나가 버리고 다시는 귀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환자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눈치였다. 한 살 아이가 그 사실을 기억했던 것이다.

나는 환자에게 엄마가 떠날 때의 아픈 기억이 비, 음주 등과 관련돼 파괴적인 행동을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나는 환자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산만증은 상담과 약물 치료를 계속 받으면 치료가 잘 되는 병입니다. 이미 알코올 문제가 동반돼 술을 끊지 않으면 아내를 때리는 파괴 행동이 계속될 테니 비오는 날을 조심하십시오. 만약 술에 취했다면 집에 들어가지 말고 호텔에서 주무십시오. 사랑하는 부인을 구타하는 행위는 자살 행동과 많이 비슷합니다. 그리고 이처럼 아이들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기는 것도 없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화가 심해질 때 어떤 행동을 하면 사전에 파괴적인 행동을 막을 수 있는지 설명하며 방안을 제시했다. 이 내용을 적어서 침실이나 부엌에 붙여 놓고 자주 보라고 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화가 몹시 날 때 우선 그 자리를 떠난다. 마당 등을 걷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 다른 방에 가서 책을 읽는다. 3. 친구나 목사 또는 동료에게 전화를 한다. 4. 조용한 방에 들어가 기도를 한다. 5. 음악을 듣거나 노래를 한다. 본인이 좋아하는 다른 것을 해도 좋다.

자가 격리로 식구들이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족간, 특히 부부사이 불화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생명이 위협받는 것에 더해 가정의 행복까지 파괴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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