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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에어] ‘코로나 독재’ 외치는 해변 시위대

사람이 그렇게 많이 모일 줄은 몰랐다. 지난 1일 헌팅턴비치에 수백명이 몰려나왔다. 전날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해변 폐쇄 명령을 내리자 화가 난 주민들이 시위를 하기 위해 모인 거다.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는 뉴스를 보고 서둘러 현장으로 향했다. 차로 1시간 남짓 거리라 가는 사이 시위가 끝나버릴까 점심도 포기하고 서둘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규모가 커졌다. 현장 열기는 화씨 80도를 넘는 해변의 더위 못지않게 뜨거웠다. ‘자유는 필수다’, ‘당장 내 이발소를 열게 하라’ 등 갖가지 피켓들이 등장했고 ‘주지사를 해고하라’는 메시지를 단 경비행기까지 하늘을 날았다.

이래저래 사회적 거리두기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마스크를 쓴 사람도 일부에 불과했다. 거리를 메운 사람들은 코로나19 사태 정도는 두려워하지 않는 듯 보였다. 인터뷰한 여성은 “감염된 사람을 격리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건강한 사람까지 집에 있으라고 하는 건 너무하다”며 “이게 독재가 아니면 뭐냐”고 말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외출을 하고 해변에 사람들이 모여도 될 정도의 안전한 상황이 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하늘을 가리키며 “햇빛, 맑은 공기가 바이러스를 없애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이를 데리고 온 부부, 자전거를 타고 나온 가족 등 현장에 경찰만 없었다면 시위라기보다 축제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뉴섬 주지사는 주말 사이 오렌지카운티 일부 개방 해변에 인파가 몰리자 폐쇄를 명령했다. 아직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공공장소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바이러스 확산을 가져올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 정부는 명령이 내려진 날 밤 긴급회의까지 소집해 주지사의 명령을 따를 수 없다고 맞섰다. 오렌지카운티는 다른 지역에 비해 환자 수가 적고,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지침은 잘 지켜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지사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채 일부 과장 보도만 보고 섣부른 판단을 했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자택대기령을 내렸다. 학교 문이 닫히고 외식을 하거나 쇼핑을 할 수 없는 전에 없던 일상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어느새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끼고 아슬아슬한 마음으로 장을 보는 일, 갈 곳 없어 아무 계획 없는 주말, 텅 빈 도로와 식당이 익숙해지고 있다. 상상도 못했던 일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택한 최선의 방어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8일부터 2단계 경제 정상화 방안을 시작했다. 서점, 꽃집, 옷가게, 자동차 딜러 등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적은 소매업소들이 영업을 시작했다. 학습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새 학기는 예정보다 일찍 시작될 예정이다. 그러나 당연하게만 여겼던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주정부는 콘서트, 스포츠 경기 등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일정이 정상화 되는 것은 치료 백신이 나온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미국내 코로나19 사망자가 7만6000명을 넘었다. 답답하기 이를데 없지만 인명 손실을 최소화해 더 많은 사람들이 예전의 일상으로 되돌아 갈 수 있도록 조금 더 참아보자. 자택 대기령 따위는 이제 필요 없다며 해변으로 쏟아져 나온 시위대의 말처럼 공공의 적, 코로나19가 눈부신 햇살과 맑은 공기로 사라질 수 있다면 좋겠다.


부소현 JTBC LA특파원·부장 bue.sohyu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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