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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아메리카 대륙에 뿌리내린 역병

김형재 / 사회부 차장
김형재 / 사회부 차장 

[LA중앙일보] 발행 2020/05/14 미주판 17면 기사입력 2020/05/13 18:53

5월 13일 정오 기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LA카운티 누적 확진자는 3만4428명, 사망자는 1659명. 오렌지 카운티 누적 확진자 3749명, 사망자 80명.

코로나19가 남가주에 상륙하기 시작하던 3월 초와 두 달이 지난 지금은 딴 세상이다. 연방과 지방 정부 보건당국자는 “코로나19 이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단언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자는 고백이다.

코로나19 창궐 두 달,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사방을 둘러싼 모습이다. 뉴스로만 접하던 역병 소식이 곁에서 벌어진다. LA한인타운 내 코로나19 확진자도 196명을 넘었다.

“같이 일하던 한인 부동산 에이전트가 코로나19에 걸려 일주일 만에 죽었어요.”-50대 에이전트, “친구 가족 모두 코로나19에 걸려서 임종을 준비하는 분도 생겼어요."-자바시장 20대 디자이너, “바깥활동을 자제하세요. 병원이 코로나19 환자로 가득 찼어요.”-중환자실 간호사….

코로나19 전염병은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 우리가 숨 쉬는 이 순간, 어느 곳이든 바이러스가 우리 몸을 숙주로 노리고 있다. ‘에이 설마’라는 안일함은 사라지고 ‘혹시 나도’라는 두려움은 커졌다.

21세기 최신의료기술도 새로운 전염병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치료법과 치료제를 찾을 수 없다. 과거 역병의 궤적을 밟고 있다.

결핵, 홍역, 천연두는 소. 인플루엔자와 백일해는 돼지, 오리, 개. 열대열말라리아는 조류에서 시작돼 인간 목숨을 앗아갔다.

특히 천연두는 아메리카 대륙에 아픈 상처를 남겼다. 1492년 유럽인이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후 원주민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UCLA 교수인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쓴 ‘총, 균, 쇠’에 따르면 15세기 전후 북미 원주민 2000만 명, 멕시코 등 중미 원주민 2000만 명, 남미 원주민 2500만 명이던 인구는 불과 1~2세기 만에 5% 정도만 살아남았다.

한 예로 1837년 북미 대평원 만단족 원주민은 미주리강을 타고 올라온 한 척의 증기선 때문에 천연두가 퍼졌고, 단 몇 주 만에 인구 2000명이 40명으로 줄었다.

아메리카 원주민이 맥없이 쓰러진 이유는 환경적 방역체계와 유전적 면역체계가 없어서였다.

역사 이래 처음 접한 병원균이었단 뜻이다. 아메리카 대륙을 삼킨 천연두 백신은 약 200년이 지나서야 나왔다. 코로나19는 천연두 이후 두 번째 악명 높은 전염병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졌다.

희망이라면 코로나19도 시간이 지나면 ‘약’이 나타날 것이란 믿음이다. 그때까지 보건당국은 현실을 직시하라고 강조한다. ‘혹시 나도’라는 마음가짐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손 자주 씻기 등 생활방역에 최선을 다하라고 부탁하고 또 부탁한다.

LA카운티 공공보건국 바버라 페러 국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을 방법이 없다. 사람 간 접촉 최소화가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고 읍소했다.

요즘은 과거 역병과 달리 전염병에 관한 정보습득이 쉽다. 코로나19를 일상으로 받아들이며 사는 법을 배울 때다. 무지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실천할 때 생명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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