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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코로나 ‘시험대’에 오른 지구촌

코로나19로 지구촌 전체가 거대한 시험대에 섰다. 인류 전체가 참여하는 시험이다. 자유의 가치가 최고조로 만개한 21세기에 강제 격리되고 활동의 제약을 받는다. 자유 의지로 다닐 수 없고 특정 지역 방문도 거부된다. 위생 수칙을 준수해야 하고 타인의 안전을 위해 희생도 강요 받는다.

자본주의 본산인 미국에서 국가 명령에 개인 비즈니스가 문을 닫아야 한다. 영업 방식도 자율성이 배제되고 정부 지시를 따라야 한다.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면서 개인의 자유는 천부의 권리가 됐다. 법에 어긋나지 않는 한도에서 국가로부터 강제받지 않을 권리가 주어졌다. 이런 시대에 지구촌 주민은 코로나로 행동을 구속 당하고 사적 재산권이 침해되는 시기를 겪고 있다.

강제 격리와 이주의 역사는 이전에도 많았다. 고대 로마는 포에니 전쟁에서 승리 후 카르타고의 30만 주민을 강제 격리했고 이중 25만 명이 죽었다. 나치는 60만 명의 유대인을 격리 수용해 시험 대상으로 삼았다. 옛소련 스탈린 통치 때는 18만 명에 이르는 고려인을 강제 이주시켜 자유를 속박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강압의 역사는 특정 지역과 통치에 국한됐다. 규제는 정복자나 독재자에 의해 자행됐고 피해자는 점령지 주민과 독재국 국민만이 대상이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시대가 만든 불행이었다.

코로나19로 겪는 규제는 상황이 다르다.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인 상황이다. 또한 정복이나 독재에 의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민주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일부 반발은 있지만 지구촌 국민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규제를 따르고 있다.

예전에는 전염병이 창궐해도 지역적 발병이 대부분이었다. 3억7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역사상 최대의 역병인 흑사병도 유럽에 국한됐다. 엄밀한 의미에서 여러 대륙에 걸쳐 광범위하게 유행하는 팬데믹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 나치의 만행도 지역적 사건으로 세계인의 규탄 대상이 아니었다.

코로나라는 재해로 인간자유에 대한 억압과 사회질서에 대한 제재가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어떤 정복자나 독재자도 이처럼 광범위한 억압과 제재를 가능케하지는 못했다. 지구촌이 한 울타리 안에 살게 되면서 야기된 상황이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도래로 기존 패러다임의 획기적인 변화를 예상한다. 이미 사회 전반에서 변화는 감지되고 있다. 산업계에서 비접촉 중심의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이 확대되고 전통적인 강의실 교육의 이탈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재택근무 확대 등 근무방식에도 대대적인 변혁이 올 것이 분명하다.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와 시민의 권한 확대라는 두 가지 개념이 대립하고, 탈세계화의 진행으로 국가간 공조보다는 자국중심 정치로의 회귀가 강화될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인류는 사회·경제·문화 전반의 시스템 변혁과 국제 질서 재편성의 필요성을 목격했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분명 지금과 다를 것이다. 잔인하고 혹독한 시험대에 타의로 섰지만 시험의 결과로 변화할 세상에 대한 준비는 자의적이어야 한다. 역사상 누구도 할 수 없었던 거대한 시험의 결과가 고작 백신 개발 정도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그러기에는 코로나가 남긴 상처가 너무 크고, 지구촌에 던지는 메시지는 엄중하다.


김완신 논설실장 kim.wanshi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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