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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인터넷 스타의 성공 비결

[LA중앙일보] 발행 2009/04/23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09/04/22 21:13

안유회/문화부 데스크

무대에 한 여자가 나타났다. 뽀글뽀글한 헤어 스타일 퉁퉁한 몸 47세 실직자 가족이라고는 고양이 한 마리 키스를 한 번도 못해본 처녀…. 심사위원과 관객들의 얼굴에는 냉담함이 흘렀다. 무대를 잘못 찾아 들어온 사람을 대하듯 의아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꿈이 무엇입니까?"

심사위원 한 명이 물었다.

"프로 가수가 되는 것입니다."

"무슨 노래를 부를 겁니까?"

"'나는 꿈을 꾸었어요'(I Dreamed a dream)를 부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냉담하다.

노래가 시작됐다. 한 소절이 지나기도 전에 차가웠던 객석에서 탄성과 박수가 터졌다. 노래는 반도 끝나지 않았는데 모두 기립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 방영된 영국의 리얼리티 TV쇼 '브리튼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에서 벌어진 일이다.

47세의 수잔 보일이 부른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명곡 '나는 꿈을 꾸었어요' 동영상은 유튜브를 타고 전세계로 퍼지며 조회수 1억회를 돌파했다. 조회수 1위인 '춤의 진화'(Evolution of Dance) 1억1800만회를 넘어서는 건 시간 문제로 보인다.

보일은 세계적인 경제난이 만든 스타다. 경제난으로 비슷한 상황에 놓인 전세계 사람들은 평범한 47세 실직 여성의 아름다운 노래와 스타 탄생에서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들었을 것이다. 단순히 노래를 잘 해서 스타가 된 것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사람들을 움직인 것은 47세에 무대에 섰다는 사실이다. 그 나이에 깐깐한 심사위원들과 수많은 관객들 또 얼마나 많을 지 모르는 시청자들 앞에 선다는 것은 두려웠을 것이다.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망신만 당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망설임과 두려움을 이겨낸 용기에 사람들은 더 큰 박수를 보냈다.

보일은 꿈대로 (외모가 아닌) 노래로 성공했다. '나는 꿈을 꾸었어요'의 작사가는 보일을 에디트 피아프에 비교했다. 보일이 우상이라고 밝힌 뮤지컬 스타 일레인 페이지는 듀엣을 제의했다.

'래리 킹 라이브'에 이어 '오프라 윈프리 쇼'에 초청됐고 음반 발매와 영화 출연 제의가 쏟아지고 있다.

보일 열풍의 핵심은 꿈은 꾸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꾸느냐이다. 그의 성공담은 평범한 이의 비범한 능력이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보여준다. 그는 외모 때문에 타고난 재능을 펼치지 못하다가 극적인 재미를 최고 가치로 추구하는 TV의 특성을 비집고 운좋게 성공한 것이 아니다.

보일은 열 두 살 때부터 노래 공부를 했다. 35년 동안 내공을 쌓았다. 프레드 오닐이란 노래 선생님의 지도도 받았다. 오닐은 오디션에 나가라고 보일을 격려했다. 2년전 세상을 뜬 어머니도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나가라고 용기를 주었다. 보일은 어머니 영전에 바치기 위해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그저 꿈만 꾸면 몽상이다. 왕이 될 상이라는 점괘를 받은 남자가 평생 왕이 된다는 꿈만 꾸다 다 허물어진 집에서 아들에게 "세자야 짐은 붕어한다"라고 말하는 그런 몽상이다.

보일의 성공담 앞에 사람들은 말한다.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또 외모로 판단할 것이다. 답은 보일의 35년 내공이다.

애벌레는 그 안에 아름다운 나비를 품고 있다. 보일의 성공이 감동적인 것은 내 안의 나비를 어떻게 날게 할 수 있는지 보여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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