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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우체국 가는 길

 선랜드 우체국에서의 일이다. 볼 일을 마치고 문밖으로 나와 나의 픽업트럭의 문을 열려 할 때 두 여인이 무어라 말을 걸어 온다. 한 여인은 자기의 차 안에서 또 다른 여인은 먼 발치에서다.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저 차가 당신 차의 옆구리를 받았습니다.”

옆에 주차한 작은 승용차를 가리키며 한 말이다. 그 승용차의 주인은 어색한 얼굴을 하고 차에 앉아 있다. 두 고발자 가운데 한 여인이 전화번호를 적어주며 필요하면 증인이 되겠다 한다. 다행히 크게 망가지지는 않아 그 승용차 주인의 보험처리로 말끔히 고칠 수 있었다.

증인이 되겠다고 기다려준 두 여인이 고맙긴 한데 무언가 뒷맛이 남는다. 그 승용차 주인이 아무런 조치 없이 가버릴까 의심받는 상황과 지키는 여인들의 시선이 아리고 고독했으리라 어림이 간다. 2년 넘어 흐른 이야기다.



다빈치는 최후의 만찬에서 같은 모델로 예수의 얼굴과 유다의 얼굴을 그렸다 한다. 누구나 천사와 악마의 두 얼굴을 갖고 있음을 우리는 겪어서 알고 있다.

그렇다. 정과 반은 서로 통한다. 아파 봐야 건강의 고마움을 알고 불행할 때 행복의 뜻을 느낀다. 투박하고 어눌한 말 속에 진실이 있고, 감으면 보이고, 막으면 들리고, 숨 죽이면 마음이 열린다. 만남에는 헤어짐이 덤으로 붙어 온다.

나의 사랑만이 진실하다는 생각은 독선이다. 도덕적으로 살고 있다면 후회할 일이 없다. 우리는 창호지 한 겹이나 유리 한 장 사이에 두고 안심하고 잠을 잔다. 신은 너무 높이 있고 현인은 멀다. 빛은 그릴 수 없어도 그림자로 말해준다.

우체국 가는 길엔 늘 세 여인의 잊혀진 얼굴이 떠오른다.


문 영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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