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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앵무새 기계와 저작권 침해

지난 4월 말 미국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기관인 오픈AI(OpenAI)는 ‘주크박스(Jukebox)’라는 음악 생성 인공지능을 선보였다. 원래 주크박스란 동전을 넣으면 레코드 판을 연주해 주는 일종의 자동 판매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오픈AI가 만든 주크박스는 그저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진짜 같은 가짜’ 음악을 만드는 인공지능이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부르는 로큰롤 음악, 프랑크 시나트라가 부르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감쪽같이 만들어낸다. 주된 선율도, 가사도, 반주도 모두 인공지능이 스스로 생성한다. 120만 곡의 데이터를 방대한 인공신경망이 학습한 결과다.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엘비스 프레슬리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이제 진짜와 가짜가 헷갈린다.

주크박스 인공지능은 놀라운 기술적 성취이지만, 그 동작 원리가 마법과 같은 것은 아니다. 인공신경망의 수많은 인공 뉴런들은 기존 노래의 음정, 박자, 악기 등의 패턴을 학습한다. 여기에 약간의 임의성을 더해 준다. 그러면 기존 음악의 패턴과 흡사하면서도 이제껏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노래가 생성된다. 말하자면 극도로 정교하고 정밀한 앵무새인 셈이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노래에 대한 저작권은 누가 가질까? 현재의 저작권법으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다. 오픈AI도 ‘주크박스' 인공지능을 공개하면서 이와 관련된 저작권의 문제를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기존 법 제도와 충돌하는 것은 반복되어 온 일이다. 1970년대 가정용 비디오 플레이어가 보급되자 누구나 손쉽게 TV 방송을 녹화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영화 제작자들은 비디오 플레이어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미국 법원은 가정에서 개인용으로 방송을 녹화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봤다.

또 다른 예로 MP3 파일 공유 서비스 소송도 있다. 이 경우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음반에서 음원 파일을 추출해서 공유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이고, 파일 공유 서비스는 저작권 침해를 방조한 것으로 봤다.

그러면 인공지능이 예술품을 만들어내는 시대를 어떻게 봐야 할까? 정교한 앵무새 기계가 행하는 새로운 형태의 저작권 침해일까? 아니면 법적으로 허용되는 저작물의 활용일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과연 저작권 제도가 왜 존재하는지, 우리는 과연 어떠한 사회로 나아가고자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찬찬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흔히들 저작권을 보호하는 이유는 더 나은 작품이 창작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회 구성원 모두가 문화적으로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더욱 발전해서 우수한 예술품을 값싸게 창작할 수 있게 되면, 우리가 향유할 수 있는 창작물이 더 많아지는 긍정적 효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 인간의 창작 의욕이 떨어지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 모방품만이 넘쳐나는 사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인공지능 앵무새 기계가 어떠한 변화를 낳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니 우선은 깊이 있는 연구와 논의를 축적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법제도 개선을 서두르다 산업 생태계 성장을 왜곡시키는 우는 범하지 않는 편이 좋다.


김병필 /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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