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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주 공관장은 왜 존재하는가?

해외공관장들의 인사철이다. 많은 공관장이 서울로 돌아가고 있다. 필자의 지인인 이백순 호주대사와 김두식 콜롬비아대사도 무사히 임기를 마치고 최근 귀임했다. 환갑을 넘은 나이에 상황 변화가 없는 한 더 이상 공관장으로 나올 기회는 없을 것이다.

이 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귀임을 알려왔다. 여담이지만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였던 최순실에 의해 억울하게 미얀마 대사 직책에서 쫓겨났던 적도 있다.

이 대사는 호주대사관에 근무하며, 공무에 바쁜 와중에도 ‘대변환 시대의 외교’라는 저서를 출간했다. 국제 질서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대한민국호는 어떻게 항해해야 할 것인가를 탁월한 통찰력으로 제시했다. 청춘과 인생을 바친 외교관의 집약된 경험과 지식을 담은 역작이다.

그는 이임하기 직전까지 서부호주대학 USAsia Centre가 주관하는 ‘대사와의 대화’에 참석해 모두발언과 참석자와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현지방문은 취소됐고, 화상회의를 통해서다.



이 대사는 해외공관에 근무하며 특히 교민들의 현지정계 진출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이를 위해 현지 한인회가 차세대를 적극 육성하는 것을 지원하고, 필요하다면 정치 캠페인 활동도 후원했다. 그는 워싱턴DC에 근무할 때도 미주중앙일보와 협력해 한인 동포들의 정치력 신장 캠페인을 벌인 적도 있다.

김두식 대사도 최근 3년간 근무하던 보고타를 떠나 서울로 귀국했다. 귀국길에 애틀랜타에서 잠시 필자와 조우한 그는 첫 해외발령지인 아프리카 세네갈 시절에 겪었던 말 못할 고초부터 2번에 걸친 대사직을 수행하면서 체험했던 경험담을 담담하게 회고했다.

그는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구아 대통령과 직접 담판을 해, 당시 일본대사가 관장하던 한국대사관을 독립시켜, 서울에 설치하게 한 것을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술회했다.

김 대사는 해외공관 관장으로 근무하며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남의 말을 듣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항상 책상 앞에 ‘경청’이라는 말을 써 두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대사관 직원이든 교민이든 언제나 문을 열어 놓고, 모든 문제는 일단 만나서 현안을 듣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업적을 남기기 위해 노력한 것도 아니다. 다만 국가와 교민을 위한 것이라면 책임감을 느꼈단다. 콜롬비아에서도 재임 도중 비즈니스맨과 관광객을 위해 이 나라를 소개하는 한국어 가이드 책자를 처음으로 만들었다. 또한 한국과 콜롬비아간 자동차면허 상호인정의 결실을 보았다. 덕분에 한인들은 콜롬비아에서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기 위해 따로 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 재외국민과 교민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한 것이다. 콜롬비아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30년을 콜롬비아에 살면서 겪어 보지 못했던 외교관”이라고 필자에게 카톡을 보내왔다.

어디 이 대사와 김 대사뿐이랴. 모두는 아니지만 많은 외교관이 지구촌 방방곡곡에서 재외교민과 교민들의 권익과 편의를 위해 이처럼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미주 총영사관 인사를 둘러싸고 잡음이 들린다. 다름이 아니라 정년을 훨씬 넘긴 인사들이 ‘원칙’을 깨고 총영사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스모킹 건은 바로 LA와 휴스턴 총영사관이다.

박경재 신임 LA총영사의 경우 행정고시 22회 출신으로 교육부에서 오래 몸담았다. 이른바 교육 전문가이다. 최근 급변하는 작금의 국제 정세 속에서 필요한 외교와 영사업무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 교육 분야의 국제교류 분야 전문가여서 한류 확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견강부회의 논리가 짙다.

꼭 외교전문가만이 공관장 업무를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 외교관 출신의 총영사 가운데도 무사안일, 복지부동으로 임기를 채우고 간 인사들이 부지기수다.

박 총영사는 하필이면 문재인 대통령과 고등학교 동기다. 이전 총영사들이 하지 못했던 무형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교포사회의 가려운 것을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첫 출발부터 초점이 빗나갔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물품 지원과 소상공인 지원 등 총영사관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극복이 발등에 불을 붙인 것은 맞지만,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지원은 총영사관의 역량 밖의 일이라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게다가 시기를 놓쳤고 한국 정부가 미국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제한적이다.

오히려 선거철을 맞아 교민들의 주류정치 참여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이 진정으로 재외국민들의 편익과 기업들의 현지 진출을 돕는 일인가? 어떻게 하면 교민들의 주류 사회 진출을 활성화할 것인가를 고민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는 모든 미주 총영사들이 재외국민과 교민들과 소통을 위해 곱씹어 봐야 할 사안이다. 총영사의 직책이 결코 노년을 보내기 위한 명예직이어서는 곤란하다.



권영일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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