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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꼬리가 개를 흔드는 꿈

난리를 부려야 성공한다. 몸부림 치는 사람에게 기회가 더 주어진다. 미국 사회 얘기다.

이달 기준으로 미국 인구는 3억2820만 명으로 중국·인도에 이은 3위다. 아시아계는 1742만 명으로 5%를 조금 넘는다.

이 가운데 1위는 379만 명의 중국계로 한인(170만 명)은 필리핀·인도·베트남에 이은 5위다. 아시안은 숫자 그 자체보다 정치·경제·문화적 영향력을 점차 키워가고 있다. 좋은 의미의 ‘황화론’(아시아 공포)인 셈이다.

특히 강소국 한국의 활약은 괄목할만 하다. 석달 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4관왕에 등극했다. 중국, 인도, 일본도 아직 이루지 못한 업적이다.



야구팬들은 코로나 사태로 중단된 자국 메이저리그 대신 한국프로리그(KBO)를 생중계로 즐기고 있다. ‘빠던’(배트 던지기) 장면에 열광하며 ESPN방송에서는 하이라이트 편성까지 서비스한다. 고시엔 고교 선수권 일정이 취소된 일본도 라이벌 한국의 무관중 경기를 시청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 자신도 상상하지 못했던 현실이다.

일본의 경우 ‘쌍둥이 해’인 올해 7월 56년 만의 두번째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메이지 유신 못잖은 재도약을 노렸다. 야심찬 목표가 코로나 사태로 1년 연기됐다. 120년이 넘는 근대 올림픽 3세기째만에 전쟁이 아닌 이유로 미뤄진 첫 케이스다. 홀수 해 개최 역시 유일한 사례가 된다.

변경된 개막일(2021년 7월23일)은 공교롭게도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이기도 하다. 두 나라 최대 축제가 같은 날 겹치게 된 것이다.

일본은 79년 전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였고 마오쩌둥을 중심으로 한 공산당은 ‘대장정’ 고난을 겪은 뒤 대륙의 주인이 됐다. 72년 전 수립된 대한민국은 가장 짧은 시간 내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동아시아 3국은 유교 사상을 신봉한다. 미국 내 인구는 700만 명 가량으로 추정된다. 모두 겸양과 침묵, 상명하복을 미덕으로 중시한다. 한국사회 역시 ‘침묵은 금·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가만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처신을 중시한다.

미국에서는 이 같은 자세가 손해를 본다. 자기자랑·잘난 체를 해야 인정받는 문화다. 그 때문에 나서기 좋아하는(?) 인도·파키스탄계가 북가주 실리콘밸리 같은 곳에서 최고경영자(CEO)로 성공을 누리고 있다. 기자도 학창 시절 그들의 태도가 상당히 거슬렸지만 이제는 십분 이해한다. 반면 미국 기업 내 한국계 중역은 아직까지 없다시피하다.

무난하다는 말은 무능하고 특징이 없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공무원들이 이런 부류에 속한다. 미국사회 특징은 진취성이다. 과거 관습에 얽매이고 신분제가 남아있는 유럽·아시아에 비해 짧은 시간에 발전을 이룬 원동력이다. 미국이라고 매사 완벽할까. 그러나 남의 장점은 크게 보고 단점은 작게 보는 합리주의가 돋보인다.

얌전하기만 한 한인들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파워 기르기에 나서야 할 때다. 유대인들도 한때 먹고 사는 문제만 집중했다. 그러나 정치력 없는 경제력은 무의미하다는 점을 깨달은 뒤 자세를 바꾸었다. 그들은 머지않아 미국의 대통령을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지니고 있다. 정치자금도 아끼지 않는다. 60년대 이민이 시작된 한국 역시 예전의 그 나라가 아니다. 11월 연방 선거에서도 몇몇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우린 왜 미국에 왔는가. 왜 이곳에 사는가. 21세기 첫 아시안, 그것도 한국계 대통령이 나올 수 있을까. 숫자로만 보면 기적에 가깝다. 그렇지만 어떤 커다란 꿈도 출발은 소소했다. 100년 전 마오쩌둥은 베이징대 도서관 서기였다. 꼬리가 개를 흔들 수도 있다. ★은 이뤄진다.


봉화식 디지털부 부장 bong.hwashik@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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