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66.0°

2020.05.29(Fri)

[애니띵]나무에 고양이 매단 그놈···"연쇄살인범 조짐 보인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5/23 00:02

포항 ‘캠퍼스 고양이’ 연쇄살해
"먹이주지마" 경고 뒤 8개월 새 9마리…

동물을 뜻하는 ‘애니멀(animal)’은 영혼을 의미하는 라틴어 ‘아니마(anima)’에서 유래했습니다. 인간이 그렇듯, 지구상 모든 생물도 그들의 스토리가 있죠. 동물을 사랑하는 중앙일보 기자들이 만든 ‘애니띵’은 동물과 자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지난 3월 26일 한동대학교 학생식당 주변에 고양이 연쇄살해범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경고문구. 동물보호 동아리 '한동냥' 제공






"나무에 뭔가 흔들리고 있길래 새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귀랑 꼬리, 발까지…철사로 목이 매달린 고양이였어요"(한동대 3학년 박민지씨)


지난 3월 27일 경북 포항시 한동대 기숙사 근처에서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다. 6m 높이에 매달린 사체를 주변을 지나던 학생이 발견했다. 이틀 후에는 통학로에서 줄에 묶인 채 무언가에 눌려 죽은 고양이도 발견됐다.

당시 현장을 목격했던 동물보호 동아리 '한동냥'의 회원 박민지(22)씨는 "사체를 본 후 트라우마가 남아 한동안 힘들었다"며 "주변인 기숙사에 살다 보니 이제 밤에는 무서워서 다니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동냥' 회원 등 학생들은 한동대의 캠퍼스 고양이를 돌보고 중성화 수술 등을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30여마리에 달했던 캠퍼스 고양이는 중성화 수술 등을 거치며 현재 10마리 내외로 줄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최근 고양이 2마리를 서울로 '임시 보호' 보냈다. 학교가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세한 스토리는 영상을 통해 만나보세요.

8개월간 9마리 살해…목매달아 나무에 걸기도



한동대 고양이 연쇄 살해사건 지도.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한동대 주변에서 벌어진 고양이 학대 사건은 이때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5일 캠퍼스에서 덫에 걸린 고양이가 발견됐다.

며칠 뒤 교내에 정체불명의 '경고문'이 붙었다. 경고문에서 중성화 사업과 동물 치료 중단, 동아리 해체 등을 요구한 범인은 '이행하지 않으면 피해는 고양이에게 돌아간다'는 경고를 남겼다.


그 뒤 캠퍼스에서 다친 고양이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같은 달 말에는 앞발이 잘린 고양이 2마리가 연달아 나타났다. 이어 고양이 태아 사체 5구와 잘린 고양이 귀가 통학로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5일 경북 포항시 한동대학교 주변에서 덫에 걸린 채 발견된 고양이. 누군가 놓아 둔 쥐덫에 앞발이 잘리는 부상을 입었다. 동물보호 동아리 '한동냥' 제공






김상아(22·한동대 3학년)씨는 "경고장이 붙은 이후부터 덫에 걸려 신체가 잘린 고양이가 나타났고 기숙사 실외기 앞에서 고양이가 죽기도 했다"며 "점점 잔인해지고 있어 무섭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직접적인 위협도 느낀다. 김씨는 "대부분 사건이 기숙사 바로 옆에서 생겼고 심지어 사람이 다니는 길에서도 일어났다"며 "경찰에서는 CC(폐쇄회로)TV에 찍힌 게 없어 범인을 못잡는다고 하는데, 그럼 사람이 다쳐도 못잡는다는 뜻 아니냐"고 말했다.

범죄전문가는 범행이 8개월째 이어지면서 위험성도 커졌다고 지적했다. 염건령 한국범죄학연구소장은 "처음에는 고양이 발을 다치게 하는 정도였는데, 이젠 살해해서 전시하고 있다"면서 "범인이 살해 자체에 쾌락을 느끼는 상태까지 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프로파일러 "강호순도 동물 살해…다음은 사람일 수도"



염건령 한국범죄학연구소장이 포항 고양이 연쇄살해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왕준열





"개를 많이 죽여보니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느끼게 됐고 살인 욕구를 자제할 수 없었다" (연쇄살인범 강호순 경찰 진술)

범죄학계는 동물 살해를 강력 범죄의 전조로 여긴다. 2017년 딸의 친구를 살해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은 개 6마리를 망치로 살해한 사실이 드러났다. 1997년 11살 소년을 살해한 일본의 아즈마 신이치로(검거 당시 14세)는 고양이의 발과 비둘기의 목을 자르기도 했다.

염 소장은 범인이 범행 대상을 사람으로까지 넓힐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 "유영철과 강호순은 모두 개나 고양이를 다치게 한 적이 있다"면서 "동물 학대 다음은 사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절대 방치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15일 경북 포항시의 한동대학교 통학로에 고양이 사체가 놓여있다. 무언가에 눌려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보호 동아리 '한동냥'






약 8개월 동안 9마리의 고양이를 죽인 연쇄살해범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공정식 경기대 교수는 "경고문을 붙이고 전시하는 행태를 볼 때, 과시적인 성격으로 보인다"며 "나무에 오르거나 덫 같은 도구를 쓸 줄 아는 남성"이라고 말했다.

염건령 소장은 "개와 달리 경계심이 큰 고양이를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포획 기술이 있는 사람"이라며 "포획틀을 놓고 수시로 오가며 감시할 정도로 어느 직장에 매여 있지 않은 사람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염 소장은 "수차례 경고문을 붙였지만, 모두 인쇄해서 붙이고 지문도 남기지 않았다"면서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려 하는 지능범"이라고 덧붙였다.

한동대 "학교 밖서 일어난 일"…경찰 수사 답보



지난 3월 13일 고양이가 목매달려 죽은 채 발견된 경북 포항시 한동대 기숙사 주변 나무. 최근 서울의 한 방송사가 촬영을 위해 베어 내 현재는 사건 현장이 남아있지 않다. 공성룡






지난 3월 다시 유사한 범행이 시작됐지만, 수사는 답보 상태다. 포항북부경찰서 관계자는 "CCTV에 얼핏 찍혔는데, 뚜렷하게 보이지 않아 추적을 못 하고 있다"면서 "위험성이 커 2개 수사팀을 투입했지만, 사각지대만 골라 범죄를 저질러서 추가 단서나 제보가 없다면 특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동대 측은 학교 측의 대응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한동대 관계자는 "지적도를 보면 고양이 사체는 학교 경계 밖에서 발견됐다"면서 "통학로만 해도 교문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학교 밖에서 일어난 일인데 자꾸 (학교와) 묶여 언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 이후 교내에 CCTV를 경찰과 학교가 각각 2대, 6대 설치했다"면서 "범인을 잡기 위해 협조하고 있지만, 학교 밖에서 일어난 일까지 책임지긴 어렵다"고 말했다.

"죽이고 굶겨도 다른 고양이 나와…공생 고민해야"



한동대학교 캠퍼스에서 쉬고 있는 고양이들. 지난해 30여마리에 달했던 고양이 수는 지속적인 중성화 사업 등을 통해서 10여마리까지 줄었다. 동물보호 동아리 '한동냥' 제공






동물권행동 카라의 전진경 이사는 "동물을 혐오하고 돌보는 행위를 비난하는 분위기 때문에 동물 급식소나 보호소는 외진 곳으로 밀려난다"면서 "그러니 범죄가 일어나도 CCTV나 블랙박스 영상 등 단서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동물 살해범은 붙잡혀도 대부분 벌금형에 그친다. 전 이사는 "동물 대상 범죄라는 이유로 수사도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붙잡아도 형량이 가볍다"면서 "검거가 어렵다면 처벌이라도 강하게 해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년전부터 유기동물 급증으로 대학 캠퍼스와 주택가에서 길고양이 문제로 사회적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유기동물을 돌보려는 학생·주민들과 이를 반대하는 이들 사이의 갈등이 커지는 새 끔찍한 동물혐오 범죄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물과 함께 사는 방법을 찾자고 제안한다. 유기 동물을 줄이고, 중성화 등으로 적절하게 관리하는 조언이다. 공생의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게 자칫 사람마저 해치는 '악마'가 될 지 모를 동물 학대범죄자를 예방하는 길이라는 설명이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오늘의 핫이슈

PlusNews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