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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중 한쪽 손들면 정말 새우등 터질 수도”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5/26 08:05

전문가 3인이 본 반도체 패권경쟁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
한국처럼 ‘소부장’ 설움 느낀 중국
기술력 오를 때까진 수모 참을 것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반도체는 안보·G2헤게모니와 직결
미국, 화웨이 공격해 중

포스트 코로나 한국 산업의 길 ①
미국은 왜 중국 ‘반도체 굴기’의 싹을 자르려는 것일까. 중국이 미국의 공세와 압력에도 반도체 굴기를 밀어붙이는 이유가 뭘까.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26일 국내 반도체 전문가 3명에게 물었다.

①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






Q : 왜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꺾으려 하나.
A : “현재 미국은 반도체 설계 기술의 최강국이다. 공정·양산 기술은 한국·대만이 뛰어나다. 그런데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미국이 장악한 비메모리 반도체, 팹리스(반도체 설계)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미국은 자신들의 기술이 정체돼 있고, 중국이 미국 기술을 넘본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이전부터 첨단 IT 기술 패권을 지키기 위해 반도체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정책과 전략을 펼쳐왔다.”


Q : 미·중 반도체 패권 다툼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나.
A : “그동안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성장을 끊임없이 억눌러 왔다. 이로 인해 중국의 추격이 더뎌진 측면이 있다. 앞으로도 미국은 중국을 더 괴롭힐 것이다. 고성능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중국에 반입되는 걸 막으려 할 것이다. 반면 중국은 반도체 굴기에 더욱 가속 페달을 밟을 것이다. 한국이 일본에 느꼈던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의 설움을 중국은 톡톡히 맛보고 있다. 미국과 서방세계가 반도체 공급을 막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미국의 압력을 버티며 시간 싸움을 벌일 것이다. 일정 수준 기술력이 오를 때까지 수모를 겪어도 참을 것이다.”




반도체 그래픽.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Q : 한국 정부·기업,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A : “매우 어려운 문제다. 범국가적으로 정치와 외교, 산업 등을 망라한 정밀한 계산 아래 멀리 내다보고 지혜로운 판단을 내려야 한다. 자칫 미·중 한쪽 손을 들다간 정말 새우 등 터져 죽을 수도 있다.”

②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Q : 미국은 왜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 차단이라는 초강수를 뒀나.
A : “중국의 약점을 파고든 것이다. 중국의 첨단 기술은 급성장 중이지만, 반도체 기술력은 아직 낮고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다. 그래서 중국의 기술 굴기를 틀어막는 데 가장 좋은 전략이 중국의 반도체를 주저앉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화웨이의 급성장이다. 5G 통신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다. 군사·안보와도 밀접히 연계돼 있다.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패권을 좌우할 수 있는 기술이다. 중국에서 이를 주도하는 게 화웨이고, 그래서 미국은 화웨이를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그래픽.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Q : 중국의 첨단 기술이 미국을 위협할 만큼 성장했나.
A : “그렇다. 미국은 일반 공산품은 물론 첨단 기술 제품도 대중 무역적자가 커지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에 성공하면 미국은 기술 패권을 빼앗길 수 있다. 특히 반도체는 군사·안보는 물론 미래 경제력, 나아가 G2 헤게모니와 직결된다. 미·중 무역분쟁의 핵심이 첨단 기술 패권, IT 패권을 지키고 빼앗기 위한 싸움이다.”


Q : 또 반도체 세계대전으로 확산할까.
A : “트럼프가 중국과의 반도체 교역을 막으면 미국 기업도 손해를 본다. 또 대만 기업인 TSMC를 미국이 언제까지 제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아마 중국은 화웨이 추가 제재 유예기간인 120일을 포함해 미국 대선인 11월까지 반격을 자제하고 버텨 보자는 생각을 할 것이다. 향후에 양국의 티격태격은 계속되겠지만, 극단적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다. 앞에서는 충돌하지만 뒤에서는 문제를 풀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과거 미·소 냉전 때처럼 정치외교와 경제산업이 분리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③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






Q : 반도체를 스스로 자급하려는 ‘반도체 민족주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A : “미·중이 반도체를 자급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실현 가능성 면에선 불가능하다고 본다. 반도체는 한 국가 혼자 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어느 나라든 고성능 반도체를 자급하려면 최소 10년 이상은 걸릴 것이다. 다만 중국이 반도체를 자급하려는 시도 자체가 미국에 리스크인 건 분명하다. 미국은 군사력 외에 첨단 분야 기술력으로 먹고사는데 이를 중국과 나눠 가지려 하지 않을 것이다.”




반도체 그래픽.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Q : 미·중 간 반도체 타협이 이뤄지거나, 미국이 전장에 한국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나.
A : “미국 입장에서 반도체나 통신 장비는 중국과의 타협 대상이 아닐 것이다. 미국이 중국에 반도체를 내주고 얻을 게 뭐가 있나. 또 웬만한 반도체는 미국 장비가 없으면 제조할 수 없다. 미 상무부 제재만으로 충분히 중국을 통제할 수 있다. 당장은 굳이 한국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된다. 한국이 중국에 D램 등 메모리 반도체를 못 팔게 할 수는 있지만, 그러면 미국 마이크론 등도 피해를 보기 때문에 가능성은 작다.”


Q :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리스크 있나.
A : “중국이 미국의 화웨이 추가 제재와 공세를 계기로 반도체 자립화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중국 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시설이나 연구개발을 늘리면서 한국이나 미국의 반도체 인력을 더욱 과감히 채용하려 할 것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인력·기술 유출 리스크가 더욱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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