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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 법률 칼럼] 레시피<조리법>와 저작권

장준환/변호사

2019년 초 〈극한직업〉이라는 형사 코미디 영화가 한국 극장가를 휩쓸었다. 무려 천오백만 명이 영화를 보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수원 왕갈비 치킨’이라는 독특한 메뉴도 눈길을 끌었다. 영화 흥행과 함께 원래 이와 비슷한 메뉴를 개발했던 식당이 문전성시의 대박을 터뜨렸고 갈비 양념에 버무린 치킨이 큰 유행을 이루기도 했다. 그렇다면 ‘수원 왕갈비 치킨’은 저작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바꾸어 말해 요리 레시피에 대해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 간단히 답하자면 그럴 수 없다. 요리 레시피는 저작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저작권은 아이디와 표현을 구분(The Idea-Expression Dichotomy)한다. 표현은 저작권을 인정하지만, 아이디어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요리의 재료, 조리 방법과 순서 등의 레시피는 아이디어로 간주되므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 그 대신 요리 장면을 담은 동영상은 영상 저작물로, 조리 과정과 완성된 요리를 찍은 사진은 사진 저작물로, 요리책은 어문 저작물로 보호를 받는다. 유형의 창작물로 표현되어야 저작권이 존재한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숱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새로운 요리를 만들고도 다른 사람이 베끼는 것을 방지할 수 없는가? 꼭 그렇지는 않다. 다른 형태의 보호 장치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특허’이다. 재료 가공 방법, 조리 도구, 조리 순서, 조리 방법 등을 특허로 등록하여 보호받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조리법이 특허가 되는 것은 아니다. 특허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미국 특허법은 ‘새롭고 유용하며 자명하지 않은’ 것만을 대상으로 한다. 한국 특허법은 ‘산업상 이용 가능성, 신규성, 진보성’을 요건으로 삼는다. 말하자면 기존에 존재하지 않으며, 일반적인 수준의 지식으로 쉽게 고안할 수 없고, 실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영업비밀’로도 레시피를 보호받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부정하게 사업 비밀을 취득하거나 이용할 수 없도록 규정된 법률을 이용하는 것이다. 쉽게 드러나지 않는 비법을 보유했을 때 유용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는 특허를 보유하지 않았다. 그 대신 콜라 맛을 결정하는 재료 배합 비율을 130년 넘게 영업비밀로 지키고 있다. 극소수 임원만이 그 비법을 알 뿐이다. 코카콜라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공개해야 하는 특허가 아니라 공개 의무가 없는 영업비밀로써 자기 레시피를 보호하고 있다.



레시피를 상표와 연결하는 방법도 있다. 독특한 조리법의 요리를 상표로 만들면 대중에게 차별성을 인식시키는 효과가 있다. 상표는 기존 상표를 모방하지 않고 자신을 부각하는 독특성이 있어야 한다. 앞에 예를 들었던 ‘수원 왕갈비 치킨’도 영화 흥행 후 누군가에 의해 상표 출원이 되었다. 하지만 이는 기각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명과 이미 알려진 음식 이름을 결합한 일반적인 이름이라 식별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레시피 그 자체는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 하지만 특허, 영업비밀, 상표권 등으로써 지킬 수 있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보호 장치를 선택하면 된다. 물론 이때는 특허, 영업비밀, 상표권 각각의 요건에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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