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78.0°

2020.07.10(Fri)

거짓신고 백인女, 목눌려 죽은 흑인···美 분노케한 두 영상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20/05/27 14:01



사진 트위터 캡처





미국 뉴욕과 미니애폴리스에서 연이어 발생한 사건이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 논란을 재점화했다. 영상으로 생생히 기록된 두 사건은 흑인에 대한 차별이 얼마나 뿌리깊은지 만천하에 알리면서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놨다.

반려견 목줄 채우랬더니…"흑인이 위협" 거짓신고



백인 여성 에이미 쿠퍼가 흑인 남성이 자신을 위협한다며 911에 신고하는 모습. 사진 트위터 캡처





하나의 사건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오전 뉴욕의 센트럴 파크에서 발생했다. CNN을 비롯한 미국의 여러 매체가 전한 전말은 이렇다.

이날 백인 여성 에이미 쿠퍼는 반려견과 산책을 나왔다. 반려견에게 목줄을 채우지 않은 채였다. 공교롭게도 같은 성(姓)을 가진 흑인 남성 크리스찬 쿠퍼가 이를 목격하고 목줄을 채우라고 요구했다. 에이미는 묵살했고, 크리스찬이 규정 위반 현장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 언쟁이 붙었다.

에이미는 크리스찬의 촬영이 계속되자 911에 거짓 신고를 했다. 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이 나와 개를 위협한다. 경찰을 보내달라"면서 위기에 처한 듯 울부짖었다. 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이란 말을 반복하면서 크리스찬의 인종을 강조했다. 정작 크리스찬은 에이미에게 다가가지도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사건은 에이미가 마침내 반려견에게 목줄을 채우고, 크리스찬이 촬영을 멈추면서 일단락됐다. 뉴욕 경찰국 대변인은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백인 여성만 있어 소환장을 발부하지 않고 체포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흑인이라 범죄자 단정" 비난 쇄도
끝난 줄 알았던 사건은 크리스찬의 가족이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엄청난 파문으로 이어졌다. 영상 조회 수는 27일 오전까지 3800만 건을 넘어섰다. 크리스찬이 단지 새를 보기 위해 공원에 나선 작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에이미의 인종차별적 행동은 더 거센 비난을 받았다.

자산운용사 프랜클린 템플턴의 고위직으로 근무 중인 에이미는 직장도 잃었다. 프랜클린 템플턴은 사건 이튿달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우리는 어떤 인종차별도 허용하지 않는다"며 해고 사실을 알렸다. 목줄을 채우지 않은 채 산책시키던 에이미의 반려견도 보호소로 보내졌다.




프랜클린 템블턴 공식 트위터. ’우리는 어떤 종류의 인종차별도 허용하지 않는다“며 여성을 해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 트위터 캡처





결국 에이미는 크리스찬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CNN을 통해 "나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라며 "그런 곳에 혼자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겁을 먹었다"고 말했다. "삶이 완전히 무너졌다"고도 했다.

에이미의 발언은 더 큰 역풍을 불러왔다. 허핑턴포스트는 "에이미는 직장과 반려견을 잃었지만, 경찰에 신고당한 크리스찬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며 에이미를 비판했다.

그리고 실제 거의 동시에 비무장 흑인 남성이 경찰의 강압적 행위 탓에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졌다.

비무장 흑인은 경찰 과잉 제압으로 사망



26일(현지시간) 미국 경찰관에게 무릎으로 목을 눌린 채 괴로워하는 흑인 남성. 페이스북 캡처





같은 날 오후 8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는 백인 경찰의 무자비한 제압으로 흑인 남성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행인이 촬영한 영상엔 끔찍한 현장이 고스란히 담겼다. 영상에 따르면 백인 경찰은 약 5분간 무릎을 떼지 않고 흑인 남성의 목을 압박했다. 그 과정에서 흑인 남성은 "숨을 쉴 수 없다. 나를 죽이지 말라"며 애원했다.

행인들도 경찰을 향해 멈추라고 소리쳤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고통을 호소하던 흑인 남성이 코피를 쏟기 시작했다. 이윽고 미동이 없어진 흑인 남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경찰 당국은 “용의자로 의심되는 남성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건 관련 경찰관 4명은 파면됐다. 그러나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론은 두 사건을 묶어 인종차별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 뉴욕과 미니애폴리스에서 벌어진 일은 연결된 하나의 사건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인종차별주의자가 무고한 흑인을 거짓 신고하고, 경찰이 비무장한 흑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 수많은 흑인이 어떻게 희생당했는지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여론은 두 사건을 연관지어 매우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흑인이란 이유로 사형선고 받아선 안돼"
현지 언론들은 두 사건을 비중있게 다루며 각계의 우려를 전하고 있다.

이튿날 조디 데이비드 아머 USC 법대 교수는 LA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에이미 쿠퍼 사건을 조명했다. 그는 "에밋 틸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에밋 틸 사건은 1955년 남부 루이지애나주에 살던 흑인 소년 틸이 동네 가게에서 백인 소녀에게 휘파람을 불었다는 누명을 써 백인 남성들에게 살해당한 사건이다. 뒤늦게 고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흑인 소년은 숨진 뒤였다.

아머 교수는 미국 사회가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1955년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개탄한 셈이다.

26일 CNN은 "흑인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녹화된 영상에 의존해야 한다"며 "영상이 없었다면 정의의 바퀴는 결코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CBS 뉴스프로그램 '디스 모닝(This Morning)'의 진행자 게일 킹은 두 사건을 다루면서 "흑인 남성의 딸로써, 흑인 남성의 엄마로서 너무 힘들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며 "이 나라는 흑인에게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LA타임즈도 “이번 사건은 가장 치명적인 형태의 인종차별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에이미 쿠퍼는 흑인들이 백인 여성들에 의해 기소된 더러운 역사를 악용해 곤경에 처한 백인 여성으로 가장했다"고 비판했다.

사건이 벌어진 지역의 정치인도 목소리를 냈다.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까지 트위터를 통해 "에이미는 크리스찬이 흑인이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했다. 법은 자신이 어겨놓고 크리스찬을 범죄자로 단정했다"며 "이런 증오가 뉴욕에 설 자리는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제이콥 프레이 미니애폴리스 시장은 페이스북에 "흑인이라는 이유로 사형 선고를 받아선 안된다"며 "경찰은 5분이나 흑인의 목을 짓눌렀다. 경찰은 기본적인 인간성에서 실패했다"고 적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오늘의 핫이슈

PlusNews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한청수 한의사

한청수 한의사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