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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일자리 자본주의

[LA중앙일보] 발행 2020/05/28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20/05/27 18:13

2008년 금융위기 당시 GM과 크라이슬러가 파산하자 연방 정부는 8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투입했다. GM의 경우 연방정부가 61%의 지분을 소유했다. 이를 두고 말이 많았다. 사실상 국유화며 시장 질서를 해친다는 비판이었다.

그로부터 5년여 뒤 타임지에 짧은 기사가 실렸다. 연방정부가 GM 구제금융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112억 달러의 손실을 봤으며 구제금융으로 연관 산업을 포함해 일자리 120만 개와 2년치 개인소득 1292억 달러를 지켰다는 내용이었다. 세금 손실은 있었지만 일자리를 지켰다는, 정부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보는 기사였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퍼졌다. 일자리는 가을바람 앞에 나뭇잎처럼 떨어졌다. 그 단위가 1주일에 수백만 개였다. 지금까지 41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증발 수준이다.

이번엔 금융위기 때처럼 시장경제를 해친다는 우려도, 파산 없는 자본주의는 지옥 없는 기독교라는 비판도 나오지 않았다. 연방준비제도와 의회, 행정부는 하나가 되어 일자리 고수 전쟁을 벌였다. 실직자에겐 임금을, 고용 유지 기업엔 지원금을 퍼부었다. 유례없는 속도와 물량이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일자리가 하늘인 것을 이렇게 절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일자리 앞에서는 신줏단지로 여겼던 경제 원리도, 국가 정책도 고개를 숙였다. 일자리를 살리는 일이라면 투자부적격 기업까지 살렸다. 연준은, 의회는, 정부는 기꺼이 고용주가 됐다.

일자리는 코로나 이후 세상에서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인공지능과 로봇 산업이 일자리를 죽일 것이라고 막연히 불안해했다. 그러나 그건 조금 먼 미래의 일이었다. 이를테면 ‘나는 괜찮지만, 자식 세대는 어떡하지’ 정도였다. 한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계기로 사람들은 봤다. 일자리 증발의 지옥도가 미래에서 현재로 순간 이동해 눈 앞에 펼쳐진 듯했다.

세상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려 몸부림쳤다. 사람들은 바다와 산, 술집과 거리를 돌아가려 아우성쳤고 비즈니스는 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이었고 주가는 코로나 이전 고점을 향해 돌진했다. 이 간절한 회귀 욕구가 눌린 용수철의 몸부림만은 아닐 것이다. 거기엔 일자리 증발의 지옥도를 벗어나고 싶은 외면도 분명 있을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실직자의 90%가 코로나가 끝나면 원래 일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고 응답한 것도 그런 심리일 것이다.

이 간절한 회귀 욕구를 향해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냉정하게 말한다. ‘세상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시카고대학 연구팀은 코로나 실직자의 42%가 원래 일자리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든 경제 부문의 일자리에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을 바탕으로 한 전망이다. 일자리의 증감 문제가 아니라 일자리의 형태와 성격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런 전망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IT 산업은 흥하고 전통 산업은 곤궁한 코로나 이후 주가도 어느 정도 이를 증명한다. IT는 일자리 산업이 아니다. 자동차 회사 GM은 세금 112억 달러 손실로 일자리 120만 개를 살리지만, IT는 그렇지 않다. 결국 일자리를 지키려면 돈을 쏟아부어야 하고 경쟁력 없는 기업도 살려야 한다. 그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면 기본소득이든 부자세든 가능한 걸 찾아야 한다. 파산 없는 자본주의는 가능해도 일자리(개인소득) 없는 자본주의는 불가능함을 코로나는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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