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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액션] 구제금융 시대의 판박이

지난 2008년 부실 모기지 사태로 무너진 금융시장을 다룬 영화 ‘빅 쇼트’를 보면 끝에 이런 말이 나온다.

“수년 뒤 수백 명의 뱅커와 신용평가기관 중역들이 감옥에 갔다. 미 증권거래위원회는 완전히 재정비됐고 의회는 대형 금융기관들을 쪼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모기지와 파생상품 업계는 규제를 받게 됐다.”

이 말은 그냥 ‘뻥’이고 희망일 뿐이다. 실제 상황은 이랬다.

“금융기관들은 국민이 준 돈을 받아 엄청난 보너스를 챙겼다. 그리고 의회 로비로 대규모 개혁을 무산시켰다. 그리고 이민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책임이라고 몰아붙였다. 오직 뱅커 한 사람만 감옥에 갔다. 수십억 달러 모기지 채권 손실을 숨긴 ‘크레딧 스시’의 카림세라겔딘이 그 불쌍한 놈이다. 하지만 모든 금융기관이 같은 짓을 했다. 금융위기의 먼지가 가라앉은 뒤 미국에서만 5조 달러의 연금과 주택 가치와 401k와 세이빙스와 채권이 사라졌다. 800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600만 명이 집을 잃었다.”



5조 달러는 정말 사라진 걸까? 아니다. 누군가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바이러스 사태를 겪는 지금 원인은 다르지만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1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4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사태가 끝난 뒤 몇 달씩 밀린 렌트와 모기지를 갚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뻔하다. 하지만 정부는 렌트와 모기지 면제를 하지 않는다. 정부는 또 금융기관들을 보호하고 있다. 한인 은행 같은 작은 곳을 보호하는 게 아니다. 대형 금융기관들 말이다. 그리고 대형 기관들은 또 떼돈을 벌고 있다.

올 1분기 금융기관들의 예금고에는 1조 달러가 더 쌓였다. 이 가운데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 씨티그룹 등 대기업들이 절반을 넘게 챙겼다. 주식 시장 붕괴를 우려해 돈이 예금으로 몰렸다. 이들은 대출 장사로도 돈을 쓸어 담고 있다. 지난 3월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가 넘는 대출을 각각 기록했다. 상용 융자도 2350억 달러가 늘어 1984년 이후 최대로 치솟았다.

2008년 대기업들은 구제금융 자금 4160억 달러를 받았다. 씨티그룹과 BOA가 450억 달러씩, 체이스와 웰스파고는 250억 달러씩을 받았다. 국민이 낸 세금을 빌리지 않았다면 이들은 모두 문을 닫았어야 했지만, 지금은 덩치가 더 커지고 있다. 렌트와 모기지 면제를 막고 이들을 또 지켜줘야 할 까닭은 없다.

2008년과 비슷한 것은 또 있다. 이민자 공격이다. 영주권 발급을 중단하고, 외국인 취업도 제한하겠다고 한다. 대기업은 떼돈을 벌고 이민자는 탄압당하는 구제금융 시대의 판박이다.


김갑송 / 민권센터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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