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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예 신앙인’ 만드는 사목자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이끄는 일을 사목이라고 한다. 목자가 양을 치듯 돌본다는 의미다. 그래서 사목을 하는 사람들을 양치기라는 의미의 사목자 혹은 목회자라 부른다. 그런데 사목자들 중 간혹 사목이 아니라 사육을 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다.

사육자들의 공통적인 특징 첫 번째는 공포신앙이다. 사목자가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신으로부터 벌을 받을 것이라는 설교. 심약한 사람들은 신의 대리인을 자처하는 사목자로부터 들은 말이 바로 신이 자신에게 주신 말씀이라고 여겨 공포심을 가지고 살게 된다. 사목자로부터 부당한 일을 당해도 항의를 못하는 것은 공포심이 있어서다. 공포심은 이성을 마비시키고 광신도의 삶을 살게 하는 아주 무서운 것이다. 이들은 신앙이나 교리에 대한 의문조차 갖지 않으며 신보다 사목자를 더 숭배한다.

그래서 간혹 교활한 종교인들은 이런 심리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한다. 공포정치는 국민들로 하여금 반항하거나 항거하게 하는데 종교가 만드는 공포신앙은 그런 최소한의 저항 의지마저도 없애버린다. 종교가 사람을 자유인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종교적 노예로 만드는 것이다. 이들은 가정을 포기하고 자신이 몸담은 종교집단에 모든 것을 갖다 바치기까지 해서 가정파탄을 불러오기도 한다.

두 번째 특징은 애매모호한 종교적 언어의 남발이다. 사육자들은 정확한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늘 추상적이고 애매한 언어를 사용한다.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믿음이란 어떤 것인지 상세한 설명 없이 던지는 이런 말들은 심약한 신자들의 마음속 아킬레스건을 자극한다. 이 아킬레스건을 종교적 내사라고 한다. 내사(Introjection)란 외부에서 주입된 생각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조종하는 폭력적인 생각을 말한다. 내 마음 안의 폭군이라고 불리는 내사는 심약한 사람들을 괴롭히는데, 이것이 종교의 외피를 뒤집어쓰면 종교적 내사가 된다.



이것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잔인하고 영악하게 사람들을 괴롭힌다. 신자가 사목자의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왜 하느님의 뜻을 따르지 않느냐고 비난하는데, 이런 말을 들은 신자들은 밑도 끝도 없이 하느님의 뜻을 따르지 못하고 하느님의 마음에 들지 못하는 자신을 책망하게 된다. 소위 병적인 죄의식에 중독되는 것이다.

이들은 종교적 신경증에 시달린다. 다른 사람들은 다 천당에 가도 자기는 절대 가지 못할 것이란 구원 불안증, 조금의 죄라도 지으면 안 된다는 완전 강박증 등의 종교적 신경증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그래서 사목자의 비위를 맞추고 눈치 보는 노예적 신앙인으로 전락한다. 이렇게 정신적으로 건강치 못하다보니 이들의 영성 생활은 가짜 영성으로 변질한다. 진정한 겸손이 아닌 남의 눈치 보는 가짜 겸손 등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영적 연출을 하며 전전긍긍하는 비굴한 삶을 산다.

세 번째 특징은 돈과 신앙심을 연관시키는 것이다. 헌금이나 십일조를 제대로 내지 않으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폭언은 결국 사목자의 핵심욕구가 돈임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런 일이 집단 안에서 발생하고 많이 낸 사람들이 선민의식을 가지면 궁핍한 사람들은 이의제기는커녕 자신의 부족함을 한탄하고 어떻게 해서든 헌금을 만들려는 고단한 신앙생활을 하게 된다. 집단 안의 병적인 정서가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종교인이 신앙을 돈으로 판단하겠다고 하면 그는 사목자가 아닌 사육자가 되는 것이다.


홍성남 /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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