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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정파가 생명에 우선할 수 있나

정치가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사를 결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지하고 무능력하며 무책임한 지도자는 분쟁, 전쟁,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고 그로 인해 큰 희생이 따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치 리더십을 선택하는 우리들은 그런 희생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확진자와 사망자가 줄지 않고 있지만 우리가 선택한 정치 리더십은 ‘최소한의 예방조치’를 전제로 경제활동 재개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본지 사이트(www.koreadaily.com)를 통해 한인 밀집 거주지역인 LA카운티의 7월 4일 경제활동 완전 재개 계획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생각보다 신중론이 많았다. 55%가 ‘아직 이르다’고 답했고 25%는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딱히 근거는 없지만 팽팽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하지만 더 빨리 오픈해야 한다는 주장도 18%에 달했다.



대체적으로 본인, 가족과 이웃의 건강과 생명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는 측이 55%로 집결했고 적절하다거나 오히려 더 빨리 열어야 한다는 측은 일부 소폭의 희생에도 결국 경제활동은 재개해야 한다고 판단한 셈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과 배경에는 본인이 지지하거나 성공을 기원하는 정치세력을 위한 이기심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여론조사 일부 댓글에는 경제활동 재개 시기가 늦춰지는 이유에는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일부 전문가들이 심정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는 의혹 제기가 있었다. 이를 테면 현직 대통령의 임기말에 팬데믹 상황은 악재일 수밖에 없는데 불필요하게 상황이 지연되면서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주장이다.

반대 진영의 주장도 있을 수 있다. 바이러스 확산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책임이며, 대처에 능숙하지 못했던 행정부의 과오는 용서가 안 된다는 판단에서 경제활동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상황은 트럼프 지지자와 반대자가 대치하는 구조다. 만약 양측에 한인들이 있다면 1635명 응답자 중 몇 명이나 될까.

우리가 뽑은 리더십을 지키기 위해, 또는 배척하기 위해 경제활동 시기를 고집한다면 과연 그토록 존엄하다고 믿어온 인간(엄밀히 말하면 민주공화정의 주권자)의 생명은 무엇일까 되돌아보게 된다.

재개 시기를 묻는 이번 여론조사에서 나름의 이유를 묻지는 않았다. 물론 응답자들이 특정 정파를 지지하거나, 다가오는 대선을 이유로 들지는 않았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우리 마음속 어딘가는 내가 지지하는 정파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일부 생명과 재산은 희생돼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닐까.

훗날 자손들이 지금의 팬데믹을 묻는다면 ‘6피트 거리 두지 않으면 6피트 밑(무덤과의 거리)에 가는 시절(Six feet apart or six feet under)’이라고 이야기 해줄 생각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사람들이 6피트 떨어져 이야기하고, 마스크를 항상 주머니에 갖고 다니게 됐다고 말이다. 하지만 궁금해진 손주들이 생명보다 정치적 이기주의 때문에 팬데믹 대처 정책이 흔들리고, 결국 선거에서 주권자의 건강과 안전보다 정파적 이해가 더 득세해 또 한번 국가의 위상이 주저앉은 것은 아니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그런 정치적 이기심을 가진 이들이 혹시라도 있다면 그것은 매우 슬픈 일이며, 후손들에게도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다.


최인성 / 디지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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