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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든사람· 난사람·된사람·쥔사람

이보영 /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
이보영 /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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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0/06/04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20/06/03 18:28

중학교 도덕 교과서에서 배운 세가지 유형의 사람, ‘든사람’ ‘난사람’ ‘된사람’이 생각난다. ‘든사람’은 공부를 많이 해서 아는 것이 많고 지식과 전문 기술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난사람’은 인물이 좋고 언변과 처세술에 능해 명예와 권력을 얻고 사회적으로 출세한 사람이다. ‘된사람’은 지식이나 언변은 좀 부족해도 인격과 품성이 훌륭해서 덕이 있고 됨됨이가 착한 사람을 말한다.

그 시절 교사는 든사람이나 난사람도 좋지만 그 보다 된사람이 돼야 한다고 가르쳤고 우린 그렇게 배웠다. 요즘은 하나를 덧붙인다. ‘쥔사람’이다. 부모로부터 큰 재산을 물려받은 재벌 2세나 또는 부를 잡은 사람이다.

요즘 ‘윤미향’이란 이름이 신문과 방송에 연일 등장하면서 나라가 시끄럽다. 그는 정대협의 사무총장, 상임대표를 거쳐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까지 두루 역임한 사회운동가다. 그는 일본군에 끌려가 위안부로 피눈물나는 역경을 겪은 한 맺힌 노인들을 위로하고 봉사하며, 실제적 보상을 위해 일하는 천사 같은 사람이었다. 또 비례대표로 6월부터 국회의원이 됐다.

정의연이 위안부 피해자를 돕기 위해 결성된 단체이니 봉사정신이 투철한 된사람들의 모임이고, 윤미향은 단체의 상임대표와 이사장을 지냈으니 난사람이다. 또 유명 대학원에서 공부해 석사학위까지 취득했으니 든사람임엔 틀림없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챙긴다"는 속담이 있다. “고생한 사람 따로, 챙기는 사람 따로”라는 뜻이다. ‘되놈’이란 단어는 조선시대 청나라 곡마단 구경을 한 사람들이 만들어 낸 말로, 중국인을 비하하는 말이다. “왜놈은 얼레빗으로 대충 긁어가고, 되놈은 참빗으로 싹싹 쓸어간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한 기자회견에서 “지난 30년간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챙겼다. 속을 만큼 속았고, 당할 만큼 당했다”고 억울했던 감정을 드러냈다. 여기저기 행사마다 데리고 다니면서 모금한 돈을 윤미향의 개인계좌로 받았는데 이제 와서 어디에 썼는지 모른다니, 속담의 곰과 되놈의 관계가 딱 맞아 떨어진다.

지난 30년간 정의를 팔아 돈과 명예를 챙겨 왔는데 우리 사회의 그 누구도 알려고 하지 않았고, 알고도 눈을 감은 명예와 위선으로 포장된 사각지대였다.

얼마전엔 대학의 교수 부부가 자기 딸, 아들의 입시에 거짓, 위조, 불법, 부정을 저질러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 교수는 많은 공부로 학식과 인품을 겸비해 대학에서 제자를 육성하는 사람이다. 소위 든사람의 대표다. 그는 교수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거쳐 법무부장관까지 임명됐으니 그 또한 난사람의 대표 주자였다. 비록 반대자들의 대규모 시위와 여론의 공격으로 결국 장관 취임 35일 만에 사퇴했으나 법정 공방은 진행 중이다.

불의를 보고도, 알고도, 감시나 문제를 지적하지 못하는 사회는 이미 병들고 부패한 사회다. 부정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들면 더 번지기 전에 빨리 해소하든지 치유하든지 해서 건강한 사회로 가야 한다.

언론의 사명에는 부정과 부패를 고발하고 합리적 의심과 병든 사회를 빨리 정화시키는 역할과 책임이 있다. 시민들과 학생들의 시위와 집회로 사회의 부정, 불의가 고발된 후 고쳐진다면 언론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

어쩌다가 든사람은 지식으로, 난사람은 권력으로 사리사욕을 채워도 고발은커녕 편을 드는 나라가 되었을까.

영어 속담에 ‘차라리 늑대에게 양을 맡기지! (Set Wolf to guard the Sheep!)'라는 말이 있다. 그 옛날 도덕 교사의 ‘든사람 난사람보다 된사람이 돼라’는 교훈이 자꾸만 떠오른다. 됨됨이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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