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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깃털만큼 가벼운 변명들

[LA중앙일보] 발행 2020/06/04 미주판 3면 기사입력 2020/06/03 20:26

거주지를 옮긴 지 한 달이 채 안됐다.

개인 소셜네트워크(SNS)에 설정된 거주지는 아직 이전 동네(세리토스)로 돼있다. 그 탓에 여전히 그 동네 소식을 SNS로 접한다.

지난 일요일(5월31일) 오후 8시12분. 한 여성이 “세리토스 쇼핑몰에 약탈이 시작됐다. 사이렌 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지고 있다”는 영문 메시지를 SNS에 게재했다.

1시간 뒤. 유사 내용이 세리토스 인근에 사는 일부 한인들 SNS를 통해 퍼지기 시작했다.

전에 살던 곳이라 관심을 거둘 수가 없었다. 그 동네 분위기를 잘 안다. 직감적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한편으론 '혹시나…’ 하는 생각이 공존했다. 확인하고픈 충동이 일었다. 아이들을 재우자마자 차를 몰고 나가봤다. 역시 기우였다.

다시 SNS를 들여다봤다. 해당 메시지는 어느새 삭제됐고 SNS에는 “세리토스에는 아무 일 없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올라오고 있었다.

가짜 뉴스가 판을 친다. 거기엔 특정 이슈에 대한 두려움, 호기심, 긴박성, 망상, 흥미, 과장성, 불안, 연극성 인격장애 등이 녹아있다. 심리의 총합은 전달이 용이한 메시지 형태로 축약돼 SNS의 파급력, 언론의 자극적 보도와 맞물려 뿌려진다.

그 심각성은 조지 플로이드 사망 관련 시위를 통해 다시 한번 드러나고 있다. <본지 6월3일자 A-3면>

주류 사회도 마찬가지다. 몇 가지 사례만 추려보면 ▶2014년 퍼거슨 사태 당시 사진을 이번 시위 광경으로 둔갑시킨 메시지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이 'Black Lives Matter’ 해쉬태그를 차단했다는 뉴스 ▶시위대의 방화로 미니애폴리스 지역 아파트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트윗 내용 ▶워싱턴DC에서 통행 금지 때문에 경찰이 시위대에게 페퍼 스프레이를 뿌린다는 속보 ▶플로이드를 숨지게 한 데릭 쇼빈 경관의 사진이라며 관련없는 사람의 사진이 유포되는 등 논란은 많았다.

게다가 ‘팩트 체크'가 기본인 일부 언론사들마저 SNS에 나도는 내용을 여과 없이 보도한다. 그 어느 때보다 분별력이 필요한 시기다.

가짜 뉴스는 진화한다. 완전 허구가 아니다. 절반의 사실을 재료 삼아 왜곡, 포장하기 때문에 그럴듯하다. 그 사이 제작자, 유포자 모두 책임을 상실한다. 때문에 해명의 무게는 깃털만큼 가볍다.

“나도 몰랐다.” “누군가에게 받았을 뿐….” “공공을 위해 그랬다.”

가짜 뉴스는 진실이 드러나면 사라진다. 그러나 피해는 고스란히 남는다. 양심 없는 변명들이 헛헛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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