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취재수첩] 사라진 연대, 겁먹은 한인사회

폭동 트라우마 깊어
약탈·피해만 부각

#.'여러 인종이 섞여 사는 것이 어때서’를 권장하는 듯한 LA, 인류가 나가야 할 미래 생활상을 실천하고 있다. LA를 배경으로 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와 달리 인조인간이나 복제인간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가까운 미래, LA 한인 청년이 쇠막대기를 쥔 채 가게 앞을 서성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LA경찰국(LAPD) 경관은 몇 마디 경고 후 그를 사살했다. 한인사회는 분노한다. “정신장애가 있던 청년이다.” “테이저건으로 제압해도 되지 않았나.” "공권력 남용이다.” “인종차별이다."(팩트-몇년 전 실제 일어난 사건)

LA한인타운에서 시위가 열린다. 2018년 LA 시장과 시의장의 노숙자 셸터 밀실행정 규탄시위 때처럼 수천 명이 거리를 채운다. 평화시위대 속 일부가 상점 유리창을 깨고 약탈도 한다. 한인사회는 ‘경찰 공권력 남용 규탄과 인종차별 철폐’라는 숲을 봐달라고 엔젤리노에게 호소한다.

인근 방글라데시타운 커뮤니티는 비상대책회의를 연다. LA시에 LAPD 순찰강화, 가주 방위군 배치까지 요청한다. 전직 군인들은 순찰대와 자경단까지 꾸린다. 숲은 보지 않고 나무만 본다는 비판, 방글라데시 커뮤니티는 "2018년 한인타운 구획 갈등 때 우리는 공포를 느꼈다”고 항변한다.



#. 2020년 5월, 경찰 공권력 남용으로 조지 플로이드(흑인)는 비참하게 숨졌다. LA에서 연일 대규모 규탄시위가 한창이다.

한인사회가 내는 목소리는 어떤가. 시위 초기 일부 약탈사건만 부각됐다. LA 한인사회는 바짝 움츠러들었다. 연대는 사라졌고 지레 겁먹은 모습이다. 뒤늦게 몇몇 비영리단체(1.5~2세 주도)가 흑인 커뮤니티 지지 및 인종차별 철폐 성명을 냈다.

4·29 트라우마, 조건반사와 경로의존 부작용을 곱씹어 본다. 경찰 공권력 남용 규탄, 인종차별 철폐, 사회정의 실현을 촉구하는 한인사회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행여 일부 무리의 약탈 및 돌출 행태를 '제2 폭동'으로 단정한 것은 아닌지.

LA총영사관은 “항의시위 사태로 폭력과 방화를 동반한 시위가 발생했다. 동포 여러분은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주체로 대처해 달라”고 겁을 줬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항의시위 사태에 즈음하여’라는 담화문 제목과 달리, 소수계 인권 중요성과 인종차별 폐해를 언급하는 내용은 아예 빠졌다.

LA한인회와 LA한인상공회의소, 한인사회 대표 단체가 소수계 차별과 아픔에 연대 먼저 표하는 일은 어려웠을까. 한인단체가 일부 약탈 행태를 항의시위 전체 모습인양 대하는 모습이 아쉽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일부였던 약탈과 방화는 사라졌다. 평화시위가 한창이다. 한 시위 참가자도 ‘당신의 싸움이 곧 나의 싸움’이라는 피켓을 들었다.사회부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