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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책읽기가 버거운 이유

이종호/편집2팀장·출판 담당

책 읽기가 쉽지 않은 시대다. 바빠서 만이 아니다. 굳이 책이 아니어도 보고 듣고 즐길 것이 널렸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늘 힘에 부친다.

책은 필수품이지 기호품이 아니다. 사치품이어서는 더욱 곤란하다. 그러나 현실은 점점 더 그 쪽으로 가고 있다. 만만치 않은 책값 때문이다. 웬만큼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람 아니고서는 마음대로 책 사 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요즘이다. 한국 책에 관한 한 한인사회는 특히 더 그렇다.

미국에서 한국 책은 비싸기로 소문나 있다. 기본이 한국 정가의 2배다. 그것도 '1달러=1천 원' 하던 때의 환율 기준이다. 서점 회원이 되고 단골 고객이 되면 30% 쯤 깎아 주기도 한다. 그래도 1만원 짜리 책 한 권이 14달러나 된다. 좀 두꺼운 책 두 세 권만 고르면 100달러가 훌쩍 넘는다. 비싸다는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

불황이 길어지다 보니 내리지 않은 것이 없다. 밥값도 내리고 기름값도 내렸다. 한국서 들여오는 상품들도 고환율 탓인지 제법 내렸다는 것을 느낀다. 그렇지만 책값은 요지부동이다. 운송비가 올랐다 인건비가 올랐다 등 서점들은 나름대로 이유를 대지만 별로 와 닿지는 않는다.



책도 상품이다. 생산 원가와 유통마진을 고려해 가격이 정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책의 정가는 편집 및 인쇄 방법 제본 양식 종이의 질과 두께 페이지 수 발행 부수 저작료 광고비 그리고 출판사의 기대이윤 등에 의해 결정된다. 그 속에는 이미 유통 마진이 고려되어 있다. 그런데도 미국이라 해서 한국 정가의 두 배 가까이 받는 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책은 읽고 싶은데 책값이 부담스러워 서점엘 못 가겠다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도 많다. 불편하지만 인터넷으로 주문한다는 사람 한국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사 본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한인 서점은 땅을 쳐야 한다. 제한된 독서 시장에서 그나마 와야 할 고객들이 그렇게 밖으로 나돌고 있다는 것에 비통해 해야 한다.

한인 서점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다. 책을 쓰고 만든 사람의 땀과 수고를 생각하면 책값이 비싸다느니 싸다느니 시비를 걸어서도 안 된다고 본다. 그렇지만 왜곡된 유통구조 때문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책이 팔리지 않기 때문에 수지를 맞추기 위해 더 비싸야 한다는 논리라면 악순환만 거듭될 뿐이다.

한국도 군소 서점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전국의 서점 수는 4500여개였다. 그런데 2007년엔 2000개 남짓으로 절반 이상이 줄었다. 그 이면엔 온라인 서점의 약진이 있다.

할인경품 공세 검색의 편리성 신속한 배송 등으로 책과 독자의 거리를 좁힌 탓이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의 경우 지난해 총 매출이 2468억원으로 교보문고에 이어 전체 2위였다. 인터파크 알라딘같은 다른 인터넷 서점까지 합치면 온라인 서점의 전체 출판 시장 점유율은 34%에 이른다.

한인 사회는 출판 시장과 독서층의 특성이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커뮤니티 문화 사랑방으로 지식 창고로 그 역할과 기능도 여전히 필요하다. 한인 서점이 잘되어야 하고 끝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다.

길은 하나다. 바깥으로 도는 독서 인구를 서점으로 불러들여야 한다. 비싼 책값 때문에 돌아서는 고객들의 발길을 되돌려야 한다.

이따금 재고정리 특별 할인이니 '한국정가+1달러' 같은 판촉 행사를 펼치는 서점들은 그나마 반갑고 고맙다. 그러나 일회성 이벤트로 만으로는 안 된다. 평소 때가 문제다. 한국 책값 비싸다는 인식부터 깨트려야 한다.

그러니 제발 책값 좀 내리자. 그리고 우리들 제발 책 좀 읽자. 책 좀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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