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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어머니의 마음

정현숙 / LA
정현숙 / LA 

[LA중앙일보] 발행 2020/06/06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20/06/05 18:35

며칠 전 한국에서 큰 박스 2개가 도착했다. 며느리의 친정 어머니가 보낸 된장과 고춧가루 박스였다.

너무 무거워 혼자 들기도 힘들었다. 안사돈이 농사지어 손수 만들어 보낸 귀한 선물이다. 이 병 저 병, 봉지 봉지 담아보니 여간 많은 것이 아니다. 무공해 충북산 고춧가루 색깔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몇 해 전에도 엄청 많은 양을 보내주셔서 지인들과 나누기도 했다. 김치 잘 담그는 며느리의 음식 맛을 더해준 고춧가루다.

함께 봉지에 나눠 담는데 며느리는 벌써 이집 저집 나누어줄 곳을 생각하고 있다. 베풀기 좋아하는 친정엄마를 닮아서인지 나눠줄 생각부터 하는 며느리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는 성경 말씀을 실천하는 모녀인 것 같다.

농사짓기기 얼마나 힘든 일일 텐테 그 수확물을 멀리 사는 딸에게 보내주신 것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딸 셋, 아들 하나를 둔 안사돈은 몇 년 전 남편을 떠나보내셨다. 미국 한번 왔다 가라는 딸의 간곡한 부탁도 돌봐야 할 일이 많아서 오기 힘들다는 대답이시다. 이곳에서 태어나 엄마보다 더 커버린 3명의 손주들을 사진과 동영상으로만 보고 한 번 안아주지도 못하셨다. 그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리다.

올 여름 방학이 되면 다섯 식구가 할머니 뵈러 나가겠다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세상이 변해서 갈 수가 없게 됐다. 이 상황이 끝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외할머니 꼭 뵙고 오라고 해야겠다.

딸자식 걱정만 하시는 안사돈의 마음에 가슴이 저려온다. 이곳에도 된장과 고춧가루가 다 있다고 했는데 당신이 지은 것하고 같냐고 하신다. 보내온 것은 물건이 아니라 엄마의 마음과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나이든 자식도 아직은 돌보아야 할 아이 같은 생각이 드시나 보다. 20년을 같이 살아 내 딸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며느리는 분명 안사돈의 딸이다. 안사돈께 당신 딸 많이 사랑하겠다고 말씀드려야겠다. 항상 건강하시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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