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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코로나로 행복감이 줄어든 계층은?

상위 계층 사람들과 하위 계층 사람 중, 코로나 사태로 행복감이 더 감소한 쪽은 어디일까?

“하위 계층의 행복감이 더 하락했다”고 초기 분석 결과를 발표하는 연구원의 얼굴이나 그 발표를 듣는 다른 연구진들의 표정에서 놀람이나 당혹스러움의 기색을 찾아볼 수 없다. 수입 감소, 실직에 대한 두려움, 안전망 부족 등 머리에 당장 떠오르는 요인 몇 개만 생각해도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며칠 후, 분석의 오류를 발견한 연구원이 결과를 다시 발표한다. “처음에 발표한 것과는 반대로 상위 계층의 행복감이 하위 계층의 행복감보다 감소 폭이 크게 나타났어요.” 분석이 잘못되지 않았는지 확인해보라는 연구원들의 조언이 이어진다. 교수가 상황을 정리한다. “행복을 위한 여가 활동은 애초부터 상위 계층의 몫이지. 여가 활동이 대폭 위축된 상황에서 상위 계층의 행복감이 크게 하락할 수밖에 없어. 하위 계층에 그런 여가 활동은 처음부터 불가능했어.” 상위 계층의 행복감 하락이 더 클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이유가 연구진의 의식에서 명확해지기 시작한다.

외향적인 사람과 내성적인 사람 중, 코로나로 누가 더 힘들었을까?



초기 분석을 담당한 연구원이 “코로나 기간 동안 행복이 감소하는 데 성격의 차이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분석 결과를 보고했다. 며칠 후, 초기 분석 결과가 바뀌었다. 외향적인 사람의 행복감 하락이 더 큰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면 그렇지”라는 교수의 반응을 신호로 모든 연구원이 외향적인 사람의 행복감이 더 하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거론하기 시작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외향적인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연구진의 의식에서 점점 더 명확해진다.

연구진의 속마음이 심란하다. 분석의 실수야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들의 마음이 심란한 건, 어떤 결과가 나와도 거뜬하게 설명해내는 자신들의 모습이 두렵기 때문이다. 결과를 알고 난 후에 설명하지 못하는 게 없다면, 우리는 천재인가 괴물인가? 결과만 알려주면 순식간에 설명을 해내는 우리의 창의성과 순발력에 감탄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자기기만과 지적 허영심에 연민을 느낄 것인가?

요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예측이 풍성하다. 그런데 모두가 큰 그림들이라서 예측이 틀릴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예측해야 예측의 정확성을 따져볼 수 있는데, 두루뭉술하게 예측하니 결코 틀릴 것 같지 않다. 구체적 예측의 가치는 틀릴 수 있음에 있다. 틀려야 더 나은 구체적 예측들이 등장한다. 오류가 사유를 낳는 법, 안전한 예측에는 사유가 뒤따르지 않는다.

예측은 어렵고 설명은 쉽다. 그래서 우리의 예측은 두루뭉술하지만, 우리의 설명은 확신으로 가득하다. 이 둘이 바뀌어야 한다. 예측은 구체적이어야 하고, 설명은 겸손해야 한다. 예측하려는 자는 구체적으로 예측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예측의 가치는 틀리지 않는 것에 있지 않고, 틀림을 통해 사유를 자극하는 것에 있다. 설명의 가치는 무엇이든 설명할 수 있다는 지적 허영에 있지 않고, 우리가 그렇게 확신에 차서 설명하는 과거가 조금 전만 해도 예측이 불가능했던 우리의 미래였음을 인정하는 겸손에 있다.

설명과 예측이 쏟아지는 시기, 진정한 용기와 진정한 겸손을 생각해본다.


최인철 /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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