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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TALK] 희망가

김동민 / 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 음악감독
김동민 / 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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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중앙일보] 발행 2020/06/13 레저 7면 기사입력 2020/06/12 19:09

사회가 비대면의 시대로 전환되면서 넷플릭스나 훌루 같은 온라인 콘텐츠 제공업체나 전자 상거래를 기반으로 하는 회사들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극장이나 공연장 대신 컴퓨터나 TV 앞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온라인에 의존한 구매 성향 역시 더 높아지게 되었다. 온라인 서점을 통한 전자책 대여 비율 역시 증가했다. 사람들은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최근 한 단체로부터 집에서 들을만한 음악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평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까지 아우를 수 있을 만한 곡이면 좋겠다는 이야기에 고민이 시작됐다. ‘장르나 길이 불문’이라는 조건까지 붙다 보니 부담이 커졌다. 연주 시간만 몇 시간에 이르는 대작을 꼽을 수도 있겠지만, 클래식 음악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좌절감을 맛보기 십상이니, 짧고, 친숙하고, 의미 있는 곡을 찾기로 했다. 결국 필자 자신에게 울림으로 다가오는 곡을 추천하는 것이 가장 솔직하고 적합하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니 희망이 족할까…”로 시작되는 곡이 있다. 바로 ‘희망가’이다. 이 노래는 영화 ‘군함도’을 비롯해 최근 가요 경연 프로에서 불려 화제가 되었다. 이 곡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서 유학 중이었던 한 여학생이 보트 사고로 익사하는 비극에서 시작된다. 학생의 죽음을 애통해하던 교사가 제자를 추모하기 위해 새로 가사를 썼고, 이 노래가 오늘날 ‘희망가’로 전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곡의 내용은 제목과는 정반대로 암울하고 절망적이다. 마치, 지혜와 부의 상징인 솔로몬이 쓴 전도서에서 인생의 덧없음을 “모든 것은 헛되다”는 표현으로 축약했던 것과 맥이 닿는다.

이 노래는 지금까지 수십 년간 많은 사람에 의해 불리며 사랑받았지만, 필자가 추천하고 싶은 희망가는 성악가 홍혜란이 부른 노래다. 2011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며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최근 한국예술종합학교 성악과 교수로 임용된 홍혜란은 지난 1월, ‘희망가’를 포함한 한국가곡 12곡을 묶어 음반으로 발매했다.

성악가의 노래는 깊은 호흡과 단단한 목소리, 그리고 진지한 느낌이 연상된다. 그런데 홍혜란은 이 곡에서 힘을 많이 빼고 불렀다. 2년 전 갑자기 돌아가신 그의 아버지가 예전부터 흥얼대듯 불러주셨던 느낌을 표현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이 곡은 국내외 주요 스트리밍 업체는 물론이고, 유튜브에서도 ‘희망가’, ‘홍혜란’으로 검색하면 감상이 가능하다. 유튜브에는 음반에 수록된 원곡과 더불어 앨범 출시 기념 음악회에서 피아노 반주에 함께했던 희망가와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이 음반은 반주부를 먼저 녹음해 편집을 마친 후, 여기에 노래를 따로 입히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음악회처럼 오케스트라와 가수가 함께 노래하는 것을 그대로 녹음하는 ‘원테이크’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헤드폰을 이용해 감상한다면 오케스트라의 여린 호흡으로 시작되는 첫 부분과 가수의 숨결과 떨림이 오롯이 느껴지는 마지막 부분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테이크’로 진행된 녹음 현장의 거친 분위기도 맛볼 수 있다.

준비되었다면 눈을 감고, 이 곡에 마음을 잠시 기대 보자. 모두에게 쉽지 않은 시기, 이 노래가 작은 격려와 희망으로 피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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