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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영화 ‘뮬란’ 유감

디즈니 영화 ‘뮬란’이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원래 개봉일보다 늦은 오는 7월 24일 세상에 공개된다.

영화 원작은 중국 전설 중 하나인 목란사의 주인공 ‘화목란’이다. 1998년 미국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흥행에 성공했고 2010년에는 중국에서도 제작됐다. 7월 개봉작은 한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중국계 미국 여배우 유역비(류이페이)를 주연으로 할리우드에서 촬영했다. 유역비 이외에도 견자단, 제트 리(이연걸), 궁리(공리) 등 톱클래스 배우가 출연한다.

흥행 목적의 상업영화는 대부분 선악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영화 뮬란에서 선은 중국이고 악은 오랑캐다. 선은 평화롭게 살던 착한 사람들이고 악은 사악한 침략자이다. 영화는 영화일뿐 다른 의도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오랑캐의 친척 혹은 가족의 후손 입장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1998년 당시 딸아이와 애니메이션 뮬란을 보면서 느낀 감정은 불편함 이상이었다. 오랑캐로 그려진 야수같은 족속은 중국을 침략해 평화를 사랑하는 주민을 괴롭혔다. 물론 전설에 나오는 오랑캐가 우리 조상이나 방계 족속이라는 설명은 없다. 중국인 시각의 전설이니 오랑캐가 누구인지 서구인에게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조상이 오랑캐로 불리는 핏줄의 후손이라면 그렇게 불리는 연유를 자녀들에게는 알려주는 것이 맞다. 융성했던 대륙의 제국들이 만주와 한반도에서 조용히 살던 조상들을 오히려 침략하지 않았던가.

한민족의 시초가 한반도의 농경 족속만이 아니라 유목 족속까지 포함한다는 것에는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

우리 민족의 주류는 시베리아 대륙과 만주 벌판에서 말을 타고 가축을 기르며 살던, 기상, 용맹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배달족이다. 이들은 대륙의 중심에서 살다가 인구가 늘면서 장자들이 가족을 이끌고 분가하는 형태로 동진을 거듭해 한반도에 이르러 정착했고 일부는 바다를 건너가기도 했다.

유감스럽게도 조상을 왜곡하고 숨기고 미워하던 시기는 이전에도 있었다. 바로 태조 이성계의 조선이다. 당시 중국에서 시작한 성리학을 숭상하던 사대부들이 ‘소중화(小中華)' 자처하고 조상을 오랑캐라고 하는 어처구니 없는 짓을 저질렀다. 심지어 역사책도 불살랐다. 수백년간 이런 소중화 사상은 주류 사상이 되고 말았다. 더 문제는 이런 숭상이 정치적인 이유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반대세력을 누르고 정권을 장악하기 위해 조상을 오랑캐로 격하시켰다.

미국에도 '포카혼타스'라는 인물과 그를 소재로 한 영화가 있다. 포카혼타스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있다. 백인 입장에서는 미 대륙에 살던 미개인에게 기독교를 포함한 서구문물을 전파하는 이주민을 찬양했고 또한 개화된 미개인과의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로 보여진다. 역시 원주민 후손 입장은 불편하다.

최근에는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HBO맥스에서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가 배경인 1939년작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상영 목록에서 뺐다. 영구 퇴출은 아니지만 향후에 역사적 맥락에 관한 설명을 덧붙여 복귀시킨다는 단서를 달긴 했다. 역시 소재가 불편했을 것이다.

'포카혼타스'와 '바람과 함께~'에 대한 논란이 있듯이 '뮬란'에 대한 논란이 최소한 한인 식자층에게서는 있어야 한다. 그것도 어렵다면, 부모가 자녀에게 영화 흥행에 가려서 스크린 뒤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조상들을 기억해 줘야 한다. 유명 여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아름다운 영화를 보면서도 편치 않은 것이 유감이다.


장병희 / 디지털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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