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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가정 교육과 사회정의 실현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내려진 행정명령이 조금씩 풀리고 있다. 오랜만에 작은딸네 식구가 다녀갔다. 뒷마당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준해 떨어져 앉아 이른 저녁을 먹었다. 딸네 부부는 밀레니얼 세대에 속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공동체 중심의 사고방식이나 활동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알려져 있다. 명품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고,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살아가는 세대다.

딸네 세 식구는 작은 전기차를 타고 우리 집에 왔다. ‘블랙 라이브스 매터’ ‘침묵은 폭력이다’라고 쓴 구호가 차에 붙어 있었다. 딸은 그의 방식대로 사회정의를 위한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래 전, 딸은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캠퍼스가 있는 보스턴을 떠나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에 반전시위를 하러 가기도 했다.

내가 받았던 가정 교육과 우리 아이들이 우리 부부에게서 받았던 교육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 나의 부모는 국가를 위해서 전쟁에 나가는 것이나, 정치적 목적을 갖고 길에 나가 시위하는 것을 무모한 일이라고 자주 말씀하셨다. 당신들은 우리 형제들이 ‘개인주의’의 기반을 닦는 능력을 키워주고 싶어 하셨다. 당신들에게는 생명의 귀중함을 가르치는 것이 어떠한 사회적 이슈보다도 중요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당신들의 맏아들, 즉 나의 큰오빠는 6.25 전쟁에서 전사했다. 사라진 생명에게 애국이나 사회정의는 무의미한 것이었다.

미국에서 태어난 두 아이에게 나는 어떤 교육을 했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는 동물의 권리, 빈곤, 인권, 반전, 아동학대, 여성 인권, 성소수자, 에이즈, 사회정의, 공교육의 불평등한 자원 분배 등에 대한 이슈를 갖고 주로 의견을 나누었다. 거기에 ‘애국'이라는 국가적인 관념은 전혀 없었다.



지금 미국에는 두 개의 태풍이 불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과 도마 위에 오른 경찰의 과잉진압 이슈다. 그동안 물속에 잠겨 있던 사회 문제들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정답이 바로 나오지 않는 과제들이다. 이런 사안들은 모두 사회정의와 연결된다.

코로나19는 사회정의와 관련이 많다. 저소득층은 바이러스 감염 위험군에 속하지만 신속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렵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도 단순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보지 말고 흑백간의 사회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인종차별 문제가 부상하면서 염증이 불거지고 있다. 이를 단순한 흑백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백인, 아시안, 노인, 아이들, 정치인, 경찰들조차 인권 침해라 인식하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정의로운 세상은 언제나 올까. 사회정의의 실천은 가정에서부터 뿌리를 내려야 한다. 내 부모들에게서 받은 사회정의에 대한 가정 교육은 인권이나 애국, 애족보다는 생명이 주는 의미와 피할 수 없는 혈연관계 때문에 생기는 의무였다. 남편과 내가 했던 교육은 여기에서 멀었다.

손주들은 지금 어떤 가정 교육을 제 부모에게서 받고 있는지 궁금하다. 가정 교육에서 얻는 바른 마음, 훈련된 판단력 그리고 지혜는 집 밖에서도 성실한 시민이 되는 길로 인도해 줄 것이다.


류 모니카/종양방사선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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