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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지옥과 천국

서효원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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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0/06/19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20/06/18 18:29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만나자고 했다.

그가 말하기를 자기는 26세에 미국에 왔고 미국 군대에서 7년을 근무했다고 한다. 군대에서 무슨 일을 했냐고 물었다. 그는 정보 업무를 했다고 답했다. 나는 겁이 났다. 나에게 무슨 정보를 얻기 위해 전화했느냐고 물었다. 왜냐하면 나는 인터넷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방하는 글을 올리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 무엇 때문에 전화했느냐고 다시 물었다. 그는 신문에 나오는 내 글을 읽었는데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 전화를 했다고 한다.

대화는 진척됐다. 그는 72세로 결혼한 적도 없고 자녀도 없다고 했다. 누구하고 사느냐고 물었더니 96세 된 어머니와 둘이서 산다고 했다. 나는 어머니 연세가 연로해 화장실에 혼자 가실 수 있냐고 물어 보았다. 그는 어머니가 움직일 수 없어 자기가 안고 화장실에 간다고 했다. 나는 82세인데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눈물이 났다.

교회에 다니냐고 물었다. 그전에는 다녔는데 지금은 안 다닌다고 했다. 그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지옥은 꼭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는 질문에 교회에 나오는 사람들 중에도 나쁜 사람이 많다고 했다. 나는 그를 위로했다. 교회도 이 세상의 축소판이고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라고.

반대로 나는 천국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일이 있다. 장애로 태어나거나 살다가 장애가 된 사람들이다. 특히 출생 때부터 정신적,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이런 사람들은 일반인들과 같은 선에서 인생을 출발하지 못한다. 먼 뒤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잘못이 없다. 그렇다면 누구의 잘못이고 이들은 어떻게 보상을 받아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천국밖에는 그 답을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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