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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경제의 ‘어두운 밤’은 지났다

경제가 회생의 갈림길에 섰다. 고용, 소비, 생산 등 일부 지표는 개선됐고 주식시장도 회복 기미를 보인다.

연방준비제도는 제로금리 선언에 이어 회사채 매입에도 나섰다. 제롬 파월 의장은 “경제 회복의 시기와 강도에 거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이 지난달 추가 경기부양책인 ‘히어로즈 법’를 통과시킨 이유는 세상을 덮친 코로나19의 파고가 예상외로 거대했기 때문이다. 이런 여러 상이한 현상과 전망 때문에 경제가 기로에 섰다고 보는 것이다.

공화당 주도의 상원과 백악관도 고심하고 있다. 특히 백악관은 추가 부양책으로 최소 2조 달러 이상을 생각하며 고용주의 급여세 인하와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 복귀를 꾀하고 있다. 다만 벌써 백악관의 구상을 양당 모두 반대할 것이란 전망이 일면서 우려를 키운다. 투입 대비 최대 효과를 노리고 확실한 맥을 찾아 정밀하게 지원해야 한다는 점에서 경제 컨트롤 타워의 키를 쥔 이들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성인 1인당 1200달러 현금 지원 후 사태 파악은 백악관의 판단이 옳았다고 본다. 이미 여러 정책을 시행했으니 효과부터 지켜보자는 것이었다. 대중의 바람대로 1200달러를 또 줬어도 지금처럼 경제 앞에 놓인 갈래길을 피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캘리포니아도 경제활동을 전면 재개했지만 체감경기는 예전 같지 않다. 매일 목격하는 장면은 인적 드문 거리와 상점들이고, 한인타운도 떨어진 활력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실업수당을 받는 한 지인은 얼마 전 지낼 만하다고 안부를 전해왔다. 위험한 바깥 세상을 멀리하고 가족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그의 안도 섞인 말에 오히려 경제 걱정이 커졌다.

코로나19 이후 이미 천문학적인 규모의 공짜 달러가 살포됐다. 1200달러 현금과 실업수당 주당 600달러 추가 지급, 자동차 보험료 일부 환불이 있었고 급여보호 프로그램(PPP)으로 5100억 달러가 넘는 직원 월급을 기업을 대신해 정부가 내주었다. 개인적으로는 사는 아파트의 관리회사에서 1000달러를 받는 행운도 누렸다. 전국적으로 관리하는 150여개 아파트 단지의 입주민을 위해 1000만 달러 그랜트를 내놨는데 운 좋게 당첨됐다. 조물주 위에 있다는 건물주로부터 공돈을 받는 기묘한 경험이었다.

그런데도 경제가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지 못하는 까닭은 역시 심리 때문이다. 크고 작은 여론조사에서 대다수 미국인은 경제활동 재개가 시기상조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확진자가 다시 늘어난 이유도 있겠지만 ‘넘어진 김에 쉬어가는 셈 치자’는 속내도 느껴진다. 근무시간이 단축됐을 때는 세상 끝난 듯 한숨 쉬더니 이제 정상근무하라니 몸이 힘들다고 하는 게 사람 마음이다. 받을 땐 당연하게 느껴졌던 PPP 융자였지만 탕감 신청서 앞에서는 “변호사 시험이라도 보게 하는 것이냐”고 푸념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곤란하다. 중요한 국면에 경제 지원을 너무 일찍 거둬도 곤란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경제 주체 각자가 살길을 모색해야 궁극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업주라면 가게에 쌓인 먼지를 털고, 걸레질도 하고, 어떻게 하면 다시 장사가 잘될지 고민하며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근로자는 느슨해진 정신을 가다듬고, 어디든 다시 일할 곳을 찾고, 언제든 일터로 나설 채비를 마쳐야 한다. 아직도 어두운 밤이라고 착각해선 곤란하다. 경제 회복의 태양은 이미 떠올랐다.


류정일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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