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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진심 어린 사과와 용서

장소현 / 시인·극작가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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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0/06/23 미주판 17면 기사입력 2020/06/22 18:48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자기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일인 것 같다. 간단한 일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지극히 어려운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야 세상이 이렇게 시끄러울 까닭이 없다.

사람들이 저마다 잘못을 부끄럽게 여기고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지금 같은 다툼, 분쟁, 갈등, 싸움들은 대부분이 단박에 해결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가톨릭의 ‘내 탓이로소이다' 운동은 의미심장하고 중요하다. 자기 잘못을 알면서도 인정하기 어려운 것은 두려움 때문이다.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손해를 보게 되고, 자존심이 망가지고, 결국은 자신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변명을 늘어놓고 핑곗거리를 찾게 된다. 잘못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 되고, 거짓말이 더 큰 거짓말을 낳고, 결국은 걷잡을 수 없는 수렁에 빠지게 된다. 거짓말을 되풀이하다 보면 자기최면에 걸려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는 지경에 이른다.

그럴듯하게 말 잘 하는 놈, 목소리 큰 놈이 이기는 세상이 된다. 그렇게 가짜 뉴스가 생산되고, 조직적인 음모론이 나오고, 진영논리에 따른 왜곡 날조가 난무한다. 보통사람들은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가짜인지 알 수도 없다. 이런 악순환이 끝없이 되풀이 되고, 그래서 세상이 시끄럽고 아슬아슬한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내가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짓이다. 이같은 덮어씌우기는 개인 사이에서도 물론 문제지만 정부나 권력기관 또는 언론기관에서 벌어지면 나라를 뒤흔들기도 한다. 정의는 사라지고, 제 밥그릇 챙기기의 처절하고 추악한 싸움만 남는다. 너를 죽여야 내가 산다, 공생이란 없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툼이 모두 이런 식이다. 한국에서 뜨겁게 전개되고 있는 활극들의 기본 얼개도 마찬가지다. 왼쪽 오른쪽 줄다리기도 결국은 제 밥그릇 챙기기, 자존심 싸움에 지나지 않는다.

국제무대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도 그렇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분쟁도 모두 그런 구조다. 나는 옳은데 저 놈이 틀려서 문제다, 저 놈이 먼저 진심으로 사과하면 용서할 용의가 있는데, 사과할 생각을 않는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속내는 손해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자국 우선주의’가 코로나19 이후에 한층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걱정한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사과 문제는 매우 복잡다단하다. 민족적 자존심, 국민감정과 정서 같은 것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과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다르다.

피해자인 한국은 끊임없이 사과하라고 요구하는데, 일본은 이미 사과했다 어디까지 더 하라는 거냐며 버틴다. 정치적 외교적으로 이미 다 해결된 문제라는 일본의 주장에 대해, 피해 할머니들을 비롯한 한국 사람들은 아니다 우리가 납득할 때까지 진심으로 사과해라 라는 입장이다. 이래서는 끝이 없을 것 같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도 통할 것 같지 않다. 이런 판국에 이번에는 안에서 치고 박으며 싸움질이다. 이 싸움을 보고 웃을 사람이 누구일지 뻔한 데도 멈추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서서 말릴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까딱하면 친일파, 토착왜구, 매국노로 몰릴 판이니, 그저 침묵이 금이다. 이게 옳은가?

사과는 참 어렵다. 하기도 어렵고, 받아주고 용서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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