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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한국전 70주년과 낭만적 대북관

6·25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흘렀지만,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남북은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지 못한 채 정전체제에 머물러 있다. 6월 들어 북한은 대남사업을 ‘대적(對敵) 사업’으로 전환하더니 16일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사실 북한은 그동안 남조선 해방이라는 대남투쟁의 전략 목표를 한순간도 포기한 적이 없다. 그때그때 전술적으로 투쟁 양태를 달리할 뿐이다. 6·25전쟁은 어떤 착오가 낳은 ‘작은 전쟁’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공식 집계된 사망자만 약 137만 명이다.

북한은 결정적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한 1950년 6월 25일 소련과 중국이 합세한 전면 전쟁을 통해 적화 통일을 이루고자 했다. 해외에서 한국전쟁으로 불리는 6·25전쟁은 김일성의 발의, 스탈린의 승인과 지원, 마오쩌둥의 동의와 지원이 결합된 전환기적 사건이다.

무엇보다 1949년 10월 중국의 공산화와 그해 12월 주한미군 철수는 한반도 전쟁을 불러온 결정적 전략 환경 요인이었다.



이 전쟁은 세계사적 의미가 있다. 냉전(冷戰)이 언제든지 열전(熱戰)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웠다. 분단국 서독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과 재무장의 기폭제였다. 한국 사회 전반의 전통적 구조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그중에서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은 한반도 안보 구조의 변동을 상징한다. 지금까지 한·미 혈맹은 한국의 안전과 지정학적 지위를 보장하는 차원을 넘어 글로벌 파트너십의 모범으로 주목받아왔다.

미국은 힘을 통한 평화 원칙과 중국공산당의 도전 행위에 대한 경쟁적 접근에 방점을 둔 ‘중국에 대한 전략적 접근’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특히 군사·안보적 관점에서 핵무기 3축 체계 현대화 추진, 미·중 중거리 핵 군축 협상 제안, 전투력의 전진 배치, 동맹 협력 강화 등이 눈에 띈다. 이런 미·중 관계의 흐름은 미·중 신냉전의 서막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국의 전략적 고려와 선택의 폭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우선시해야 하지만 중국과의 우호 협력 관계도 존중해야 한다. 두 나라의 이익이 상충하는 사안일수록 한국의 전략적 입장을 명확히 알리는 것이 상책이다. 지금처럼 개별 사안마다 외줄 타기로 일관하는 태도는 하책이다. 지난 5월 말 문재인 정부가 군사 사안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장비 교체에 대해 중국의 양해를 구하려 했던 것은 무책(無策)만도 못한 처사였다.

앞으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관할, 경제번영네트워크(EPN) 형성, 홍콩 국가보안법 등의 이슈를 놓고 미·중은 첨예하게 대립할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껏 격앙된 북한이 핵 위협의 그림자를 드리운 국지 도발을 자행한다면 자칫 ‘제2의 한국전쟁’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

북한은 미래 전쟁의 책임도 한·미 동맹에 뒤집어 씌우려 할 것이다. 70년 전의 김일성과는 달리 핵무장으로 홀로 전쟁을 결행할 수 있는 김정은의 무모한 주체성도 중요한 변수다.

70주년을 맞은 의미 있는 시점에 우리가 6·25전쟁의 참상과 교훈을 정확히 기억하고 한국사회에 만연한 감성적 ‘평화 팔이’와 낭만적 대북관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류제승 /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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